[뉴스핌=이동훈 기자] 건설업계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정조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분양시장의 성적을 판가름하는 결정 요인은 단연 분양가 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0년대 초중반 주택 가격과 특히 신규 아파트 분양가 급등에 따라 집마련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매력이 크게 약화된 데 기인하는 것으로 지적된다.
더욱이 건설업계가 분양 수익 극대화를 위해 단위 면적당 분양가가 높은 중대형 주택 공급에 집중하면서 총 분양가는 일반 실수요자들의 손이 닿을 수 없는 곳까지 치솟은 상태다.
여기에 분양시장 침체가 4년째 이어지면서 건설업체가 공급한 분양물량의 청약 성적을 판가름하는 요인으로 분양가가 가장 결정적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서울 마포구 하중동에 GS건설이 일반 분양물량 46가구를 공급한 밤성한강자이의 경우 분양가는 공급면적 110㎡, 전용 84㎡의 분양가는 최고 7억2100만원선이다. 이는 지난 3월 입주한 인근 하중동 한강밤섬자이 전용 110㎡의 시세인 7억5000만~8억2000만원선에 비해 크게 낮은 시세다.
이는 재개발 일반분양 물량의 특성상 저층 위주로 공급됐다고 가정해도 인근 시세보다 5%가량 밑도는 분양가다. GS건설측은 "4년전 분양가"라고 홍보했지만 그 정도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주변 시세에 비해 크게 낮은 분양가인 셈이다.
이처럼 낮은 분양가에 힘입어 한강밤섬자이는 전용 84㎡가 1순위 일반공급 접수에서 5.96대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전 주택형이 순위 내에서 청약접수를 마감했다.
이는 한강조망을 테마로 강남에 버금가는 인기주거지역으로 성장한 성동구 옥수동도 마찬가지다. 이 곳에서는 브랜드 가치 NO1로 꼽히는 '래미안 옥수 리버젠'이 중대형과 대형 주택을 공급했으나 전용 113㎡가 6.3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세개 대형 주택형이 모두 1순위 청약에서 접수를 마감했다.
옥수 래미안 리버젠 역시 분양가는 인근 아파트에 비해 낮다. 래미안 리버젠은 3.3㎡당 1920만~2100만원선에 분양가를 책정해 인근 옥수동 강변풍림아이원의 3.3㎡당 매매 시세인 2188만원보다 낮은 분양가를 보이고 있다.
물론 옥수 래미안 리버젠은 한강변에 위치해 영구 한강조망권을 보유한 강변 풍림아이원과 달리 한강변과는 다소 떨어져 있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고지대에 위치해 한강조망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분양가는 낮게 형성돼 있는 셈이다.
또 강변풍림아이원과 인접해 있는 금호건설 옥수 어울림 역시 분양가는 전용 84㎡의 분양가가 7억910만원선으로 강변풍림 전용 84㎡의 매매시세인 7억5000만원에 비해 6%가량 낮다. 옥수 어울림 역시 일부 대형 주택형이 미달됐지만 중형 주택은 모두 1순위 청약마감을 기록했다.
순위내 미달 주택형 없이 전 주택형 청약접수가 마감된 경기 의왕시 내손동의 대림 내손e-편한세상도 중소형 주택은 인근 포일자이와 래미안 에버하임 시세와 유사한 분양가를 보였지만 중대형 주택은 이들 기존 입주 물량보다 낮은 분양가가 책정됐다.
이밖에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롯데건설이 공급한 불광 롯데캐슬 역시 전용 59㎡의 분양가는 3억2800만원선으로 3억8000만~4억원 선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는 북한산 래미안, 북한산 현대힐스테이트 등의 유사평형에 비해 크게 낮은 분양가를 책정했다. 이에 힘입어 한개 주택형을 제외한 5개 주택형이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했으며, 나머지 주택형도 3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했다.
반면 고분양가로 인해 저조한 청약 성적을 보인 단지도 있다. GS건설이 강서구 가양동에 공급한 강서한강자이의 경우 한강변에 위치해 강서구 인기주거지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염창동과 유사한 수준의 분양가를 형성했으나 단지 인근보다 높은 분양가를 책정했다. 결국 강서 자이는 전체 14개 주택형 중 단 3개 주택형만이 순위내 청약을 마감할 수 있었다.
또 동부건설이 경기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에 공급한 영덕역센트레빌은 수원 영통지구와 인접해 있음에도 행정구역 상 같은 영덕동에 위치한 흥덕택지지구 아파트 시세와 유사한 분양가를 책정했다.
영덕역 센트레빌의 경우 1, 2순위에서는 매우 적은 수의 청약자만 몰렸으나 3순위에서 석연치 않은 청약자 몰림 현상으로 가까스로 3개 주택형 모두 청약을 마감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청약 시장에서 분양가의 결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분석된다. 주택 보급률이 100%가 넘어선 상황인 만큼 과거와 같은 브랜드는 이제 큰 변별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지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기 브랜드 아파트의 경우 브랜드 마케팅을 위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는 경우가 많아 가격 경쟁력에서 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부동산1번지 채훈식 연구실장은 "올들어부터 건설 업계가 미분양을 우려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지 않는 경향이 생겼다"며 "특히 브랜드 마케팅만을 우선한 중견 건설사들의 고분양가 아파트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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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