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이 다시 취약해지고 있는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가능한 모든 묘책을 궁리할 것으로 보인다.
의회가 향후 10년에 걸쳐 최소 2조 1000억 달러, 약 2조 4000억 달러에 달하는 재정지출을 절약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이후, 투자자들의 관심은 가뜩이나 회복 모멘텀이 줄어든 미국 경제에 다시 부양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주요 외신들은 다음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부양책이나 완화정책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아직 다음주 회의에서 연준이 어떤 새로운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금융시장이나 경제전문가들의 컨센서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무런 대책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 컨센서스다.
하지만 상반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1% 아래로 떨어진 상황에서, 경제전문가들은 하반기 경기 반등 전망도 하향 수정해왔다. 여기에 의회의 재량지출 억제 방침이 나오면서 더욱 분위기가 좋지 않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연준이 '정중동(靜中動)', 즉 문 뒤에서 추가 부양책을 내놓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일 것이란 관측도 함께 내놓고 있다.
또 어떤 대책이 나온다면 그것은 추가 양적완화(QE)보다는 초저금리 정책을 보다 지속하는 것과 매입한 장기 자산을 좀 더 오래 보유하겠다고 약속하는 방식이 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 연준, 문 뒤에서 활발한 대책 논의할 듯
과거 연준에서 통화부문의 부이사관을 지냈던 인터내셔널 스트래티지 & 인베스트먼트그룹의 정책연구담당 이사인 로베르토 페를리는 "최소한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또 그런 정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는지에 대해 연준 정책결정자들이 심각하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을 내놓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RBS의 수석전략가인 존 리처드스가 "제3차 양적완화(QE3)로 가는 것은 너무 이르지만, 어떤 식으로든 우려를 시사하는 것은 그렇지 않다"면서 "단기금리가 얼마나 오래동안 제로 수준에 머물 것이냐는 전망은 장기금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고 소개했다.
오는 9일 하루 동안 열리는 FOMC에서는 올해 2.7%~2.9%로 예상한 성장률 전망치의 실효성에 대해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경제는 1분기에 0.4%, 2분기에 1.3% 각각 성장하는데 그쳤고 최근 제조업지수 약세로 볼 때 하반기에 크게 반등하기 힘들어 보인다.
연준리의 스탭 이코노미스트인 제레미 네일워익은 지난 4월 해밀턴의 연구 일환으로 제출한 보고서에서 "1% 혹은 그 이하의 성장률은 경기 침체 위험을 예고하는 다소 유용한 경고신호"라고 정의했다. 이 정도 성장률은 상승 모멘텀을 잃고 추락하기 직전인 '실속(失速, stall speed)' 상황으로 묘사되곤 한다.
지난 1945년 이래 총 11차례의 경기침체 중 9차례는 최소한 1분기 이상 1% 미만의 성장률이 나타났다. 물론 항상 이 같은 낮은 성장률이 침체로 향한 것은 아니다. 1% 미만의 성장률이 기록된 25분기 중에서 경기 위축으로 간 경우는 12차례로 절반에 못 미친다.
바클레이스 캐피탈의 딘 마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2%로 이전 전망치에 비해 1%포인트 낮추는 한편, 향후 5분기 동안 성장률 전망치 역시 각각 1%포인트 하향조정한다고 밝혔다.
이미 앞서 주요 투자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들은 하반기 경제 전망을 하향조정한 상태지만, 이번 주말 나오는 미국 고용보고서 결과가 예상보다 좋지 않을 경우 추가 하향조정에 나설 태세.
◆ 모든 옵션 열려 있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지난 7월 의회 증언을 통해 분명히 "경제가 정체 양상을 보일 경우 새로운 대응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이 대응에는 추가적인 국채 매입과 같은 양적완화 정책도 포함되어 있다고 그는 확인했다. 나아가 버냉키 의장은 초과지준에 대한 이자율을 인하하거나 또한 대차대조표 내의 축적된 자산을 계속 높게 유지하면서 오랜 기간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거의 3조 달러 가까이로 늘어난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더 확대하는 것은 강경파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의 반대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 경제는 성장률이 저조한 반면 최근 근원 물가 압력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연준이 주목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물가지수는 5월까지 3개월 동안 연율 2.2% 상승률을 보였다. 연초의 0.7%였던 수준과 비교할 때 크게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제조업지수가 2009년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고 소매판매도 예상 외 감소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준은 가능한 모든 정책 옵션을 열어두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 연준리 이사를 지낸 랜달 크로츠너 시카고 부스경영대학원 교수가 말했다.
물론 연준의 추가 완화정책의 효과는 확실치 않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달 증언에서 "과거 정책 경험으로 볼 때 이 같은 정책은 상대적으로 한계가 있으며, 또한 이를 구사하는 것은 잠재적인 위험과 비용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전문가들도 앞서 두 차례의 양적완화 정책이 경기를 살리는데 크게 기여하지 못한 만큼, 추가 완화정책을 구사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정책 신뢰도에 금이 가게 할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웰스파고 은행의 존 실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물가는 목표치를 넘어서는데 성장률이 기대치에 미달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김사헌 기자(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