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현대상선 자사주 취득 노림수 해석 분분
[뉴스핌=홍승훈 기자] 미수나 신용으로 주식을 샀다 강제로 처분되는 소위 '반대매매'가 개미투자자들만의 아픔은 아닌 듯 싶다. 현대상선이 최근 자사주 취득을 통해 주가하락 방어에 나선 이면에는 과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빌렸던 과도한 주식담보대출 때문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와 눈길을 끈다.
지난 10일 현대상선은 8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현대증권과 체결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주가안정과 주주가치 제고가 표면적 이유다. 일단 주가는 오랜만에 급반등하며 웃었다. 자사주취득으로 추정되는 매수세가 현대증권 창구로 몰렸다.
하지만 자사주 취득을 통한 주가부양이 단순히 주주가치 제고의 차원이라기 보단 또 다른 노림수가 있지 않냐는 증권가내 시각도 있다. 8개월여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면 이같은 해석(?)에 대한 반쯤 가려진 답안지가 보인다는 게 업계내 설명이다.
현대상선의 경영권 분쟁 이슈가 최고조에 달하던 지난해 12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사진)은 현대상선(230만8860주)과 현대엘리베이터(6만7963주) 주식을 담보로 대신증권과 외환은행, 한국증권금융에서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주변에선 경영권 분쟁이 최고조에 달했던 만큼 이에 대한 자금 용도로 해석했다.
당시 현 회장이 보유한 상장회사 지분이 현대상선(244만2295주), 현대엘리베이터(19만7725주), 현대증권(14만3342주) 등으로, 현대증권을 제외하고 현대엘리베이터는 총 지분의 1/3 가량, 현대상선은 95% 가량을 담보로 제공해 대출을 받았다.
현대상선의 경우 주담보대출을 받았던 지난해 12월23일~27일 주가(평균 약 4만원초반)를 고려하면 현 회장의 대출금액은 700억원 안팎으로, 현대엘리베이터도 50억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계산은 현 회장이 재무구조가 탄탄한 대기업의 오너임을 고려해 최소 150% 안팎의 담보비율(코스닥기업 대주주의 경우 300% 담보비율이 정해지기도 한다)이 정해졌다는 가정하에서다.
하지만 이후 현대건설 인수가 현대차그룹으로 확정되면서 사실상 현대상선의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되고, 이후 범현대가(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 KCC 등)에서 현대상선 보유지분이 흘러나오며 주가는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결국 최근 증시 폭락장에서 현대상선 주가는 2만 2000원까지 주저앉았다.
문제는 여기서 생겼다. 당시 주담보 대출의 기준이던 4만원 수준의 주가가 거의 반토막이 나버린 것. 약 8개월만에 현 회장의 현대상선 지분 가치는 500억원(2만2000원 기준) 규모로 급감하며 애초 대출금액에도 크게 못미치게 됐다.
이에 증권가 일각에선 주식 담보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자칫 반대매매 우려마저 발생하자 자사주 취득이라는 이중 노림수를 회사측이 내놨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락되긴 했지만 경영권 분쟁 여진이 다소 남아있는 상황에서 가능성은 낮지만 자칫 반대매매라도 나오는 날이면 현 회장의 입지는 꼬여버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자금담당자는 "이 정도 주가하락이면 아무리 대기업 오너라도 해도 증권사 등에서 추가 담보 요구가 있었을 것"이라며 "때문에 비상장사를 포함해 기타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던가 아니면 자사주 취득 등으로 주가부양에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주담보대출 계약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주담보대출을 해준 증권사들은 기준주가의 40% 가량이 떨어지면 반대매매가 나간다. 물론 주로 시장가에 대규모 물량을 내놓기 때문에 30% 이상 하락시 반대매매 가능성은 열어둬야한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한국거래소 한 관계자는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 오너들은 그래도 낫다"며 "이번 폭락장에서 대주주 지분이 미약한 중소형 코스닥기업들의 경우 공시를 안해서 그렇지 반대매매로 최대주주가 바뀐 곳도 여럿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반면 현대상선과는 달리 현대엘리베이터는 현 회장이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한 시점 주가 수준(10만원대 초반)과 현 주가가 비슷해 반대매매 등 수급 우려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한편 최근 2만원대 초반까지 폭락을 거듭하던 현대상선은 이날 4.27% 급등 마감, 전일 자사주취득 공시 효과가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이날 매수세가 가장 많이 유입된 증권사 창구는 전일 현대상선과 자사주취득 계약을 체결한 현대증권. 이 곳으로 자사주 취득물량으로 추정되는 27만여주 이상이 유입되며 여타 매수 우위 증권사 창구(대우증권 7만9510주, 삼성증권 3만 5460주 순매수)와 현저한 격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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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