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일정, 방식 '표류' 우려
[뉴스핌=김연순 기자] 우리금융지주 매각이 또 무산됐다.
17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 중인 3개 사모펀드 중 MBK파트너스만이 단독으로 예비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다. 지난 6월 우리금융지주 인수의향성(LOI)를 제출했던 3개 사모펀드(PEF) 중 티스톤파트너스와 보고펀드 등 2곳이 예비입찰에 불참하면서 우리금융 매각은 유찰됐다.
예금보험공사는 우리금융지주 매각 관련 예비입찰제안서 접수 마감 결과 "MBK파트너스1개의 투자자가 예비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고위관계자는 "(유효경쟁이 성립하기 위해선) 우선 2곳 이상이 예비입찰에 참여해야 하는데 MBK파트너스만 한 곳만이 예비입찰제안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사모펀드, 우리금융 인수 왜 포기했나?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했던 3개 사모펀드 중 김병주 회장이 이끄는 MBK파트너스와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이 전면에 나선 티스톤파트너스는 자금조달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예비입찰을 준비해왔다.
이번 입찰에 불참한 티스톤의 경우 미국계 금융투자 전문 사모펀드(PEF)인 JC플라워즈를 전략적투자자(SI)로 유치했고, 중국 등 아시아 투자자들로부터도 자금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3조원 이상의 자금이 모였고 인수금융(Loan)까지 포함할 경우 4조원대의 인수대금이 마련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티스톤은 애초 국내에서 70%, 외국에서 30% 자금을 모집할 계획이었으나 국내 비중이 목표치에 미치지 못해 막판까지 고민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비입찰에 참여하더라도 기준이 까다로워 탈락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인수에 뛰어들었던 모 사모펀드 관계자는 "예비입찰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매각에서 일반적인 절차와는 달리 까다로웠던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 최근 주가 폭락으로 '헐값 매각 논란'이 확산되면서 여론이 부정적 방향으로 흐른 점도 입찰참여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먹튀'라는 부정적 여론에 더해 '헐값매각 논란'까지 일면서 사모펀드 2곳 이상이 입찰에 참여하더라도 심사 과정에서 통과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제기됐다.
보고인베스트먼트는 막판까지 적절한 전략적 투자자(SI)를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불참을 선언했다. 보고인베스트먼트는 한국금융지주를 비롯한 몇몇 금융회사를 주요 SI로 참여시키려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예비입찰 절차가 정해진 이후 절차에 따라 여러 통로를 통해 성실하게 준비를 해왔다"며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 우리금융 매각 향후 일정은?
정부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목표를 두고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추진해왔지만 막판 '헐값매각 논란'까지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향후 우리금융 매각과 관련해 논의를 진행한다.
현 6명의 공자위 민간위원들이 이달 말로 임기가 모두 만료되지만 이들이 향후 우리금융지주 매각방식에 대한 절차를 정한 가능성이 높다.
공자위 관계자는 "국민주 민영화 방식이나 매각방식 변경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면서 "다만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한 방침은 가급적 이번달 임기가 만료되는 현 위원들이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일괄매각 방식의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실패함에 따라 그동안 정치권에서 꾸준히 제기해온 국민주 민영화 방식과 분할 매각이 부각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아울러 10년을 끌어온 우리금융 민영화가 또 다시 실패하면서 다음 정부까지 민영화 작업이 표류하게 될 공산이 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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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