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안보람 기자] 1년 9개월간 공방이 이어지던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책무가 커졌다"면서도 "한은 역사상에 기억할 만한 일"이라며 상기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시중은행들은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단독조사권은 아니지만 공동조사권이 강화되고, 은행채에 지준을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31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한은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통과시켰다. 재석의원 238명 중 147명이 찬성에, 55명이 반대에 표를 던졌다.
이번 한은법 개정안은 ▲금융안정 책무 명시 ▲한국은행의 금융회사 조사권 강화 ▲긴급유동성 지원제도 개선 ▲금융채 지급준비금 부과 등을 포함한다.
한은은 개정안 통과에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단독조사권이 삭제되는 등 애초 제시됐던 개정안보다 훨씬 약화된 법률이지만 '물가'를 넘어 금융안정의 역할도 커진만큼 한은의 위상과 역할이 커졌다는 평가다.
김 총재는 국회 본회의 통과 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단독조사권이 상징적으로는 더 멋있어 보이지만 대신 공동 검사 요구권을 명시하도록 한 개정안이 더 효율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은행권은 울상을 짓고 있다. 금융회사에 대한 조사권이 강화되는 데 대해서는 '시어머니가 하나더 생긴다'는 반응이고, 금융채에 대한 지급준비금 부과는 운용이익 감소가 우려된다는 진단이다.
실제 은행연합회는 김중수 총재가 금융시스템안정을 위해 은행채에 대한 지준부과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나서자 이를 적극반박하고 나섰다.
미국의 경우 공개시장조작제도 위주로 유동성을 관리하고 있어 정기예금 등 저축성계좌에 대해서는 지준을 부과하지 않고 결제용 예금계좌(Transaction account)에 대해서만 부과하고 있는 등 지준 부과 대상이 우리나라 보다도 제한적이며 은행채에 대해서는 지준을 부과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은행연합회는 또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도 지준부과가 금융기관에 조세를 부과하는 효과를 가짐으로써 금융기관 간 공정 경쟁을 저해한다는 인식에 따라 지준 의무제도를 폐지했다"고 지적했다.
영국이 2006년에 자율지준적립제도를 도입한 데 대해서는 "금융기관들이 자율적으로 지준적립여부 및 규모를 설정토록 하고 영란은행은 이를 달성할 경우 정책금리 수준의 이자를 지급하는 제도"라며 "한국은행에 지급준비금을 무이자로 강제 적립토록 의무화하는 우리나라의 제도와 상이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급준비금 제도는 급작스런 인출에 대비해 2~7%를 중앙은행에 적립하는 제도인데 은행채는 상환기일이 확정돼 있어 사전에 상환에 대비할 수 있다"며 "지급준비금 적립 대상으로 부적합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시중은행 자금부 관계자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한 시중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외국인의 자금유입이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외화부채에 대한 '은행세'를 내고 있는데 은행채에 대한 세금도 내는 꼴"이라며 "가뜩이나 금리가 낮아 어려운 판국에 은행채 운용수익이 더 줄어들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시중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지준부과는 실질적으로 세금과 다르지 않은 만큼 은행채 발행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며 "특히 예금보다 은행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많은 산은 등이 어려워 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김중수 총재는 한은법 개정으로 은행에 부담이 가지 않겠냐는 데 대해 "금융위기가 이런 시스템 리스크에 의해 일어났기 때문에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보는 필요한 것"이라며 "비용이 과다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은행채 지준부과에 대해서도 평상시 국내 금융사의 경쟁력을 낮추지 않으면서 위기요인이 되지 않도록 하는 두 가지를 원칙으로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 총재는 아울러 "학생들이 시험보기 싫다고 해서 시험을 안 보게 할 순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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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안보람 기자 (ggargg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