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경은 기자] LG전자가 자사 LED TV 부품인 후면광(BLU)에 경쟁사인 삼성전기 제품을 사용했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계열사인 LG이노텍에서 동일한 제품을 준비 중임에도 말이다. LG전자는 LED TV 시장에서 더 이상 흐름에 뒤쳐질 수 없기 때문에 경쟁사의 우수한 부품을 채택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이는 사업이 온정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제품을 공급받는 입장에서는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회사 제품을 값싸게 이용하는 것이 최대 목표다. 공급사는 부품 판매를 통한 이윤 창출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
최근 삼성전자와 애플 간 관계는 이와 유사한 모양새를 띠고 있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소송전에 더욱 공격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최근 미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팀 쿡과 삼성-애플 간 부품 공급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삼성-애플 간 관계는 '경쟁은 경쟁, 협력은 협력'이 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또 소송은 소송이다.
애플에게 자사 아이폰의 A4칩을 공급해주는 곳은 유일하게 삼성전자 뿐이다. 삼성의 우수한 기술력이야 두말 할 것도 없다. 애플이 삼성전자와 결별하지 못하고 이번에 재공급을 논의한 것만 봐도 부품 공급에 대한 절박함이 묻어난다.
모바일 완제품(스마트폰) 시장에서 가파르게 성장하는 삼성의 위력이 두려워 견제중이지만, 최고의 제품 생산을 위해 현재로써는 삼성전자와 손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공급처 확보를 통한 수익성 증대 차원에서 애플이 절실하긴 마찬가지다.
이런 의미에서 삼성전자가 '이미지 회복을 위한 소송과, 수익성을 위한 부품 공급'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경영의 정도(正道)를 지키며 합리적 결과를 도출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필요는 있어 보인다.
애플은 그동안 부품 공급 벤더 다각화를 위해 노력했다. 2014년까지 공급을 약속했더라도 지금도 차기 부품 공급사를 알아보고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 IT 전문 리서치업체가 밝힌 대로 아이폰4S는 삼성전자에 더해 하이닉스의 메모리도 사용했고 인텔 대신 퀄컴의 칩셋 비중이 늘었다. 애플이 삼성을 대신할 부품 공급사를 밝히는 것도 충분히 있음직한 시나리오다.
삼성전자로써는 이미지 회복을 위한 소송 기회를 지키며 별도로 최대 고객인 애플을 당분간 잡아두었다는 점이 고무적일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애플의 AP칩 수요를 계속해서 독점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이는 지나친 낙관론에 불과하다.
시장이 커지면서 수요자가 구매처를 다변화하는 일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삼성 역시 '유일하게 애플에 A4칩을 공급해주는 회사'라는 압박카드를 내밀며, 협력을 이어가고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등의 또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의 협력과 경쟁, 필요시 소송도 마다하지 않는 다원화 전략이 어떤 결과를 맺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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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경은 기자 (now21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