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반응 ‘싸늘’, 유럽시장 결과가 관건
[뉴스핌=김기락 기자] 현대차가 지난 9월 1일 출시한 전략 차종 i40이 국내시장에서는 ‘빨간불’이 켜졌다.
유럽 등 해외 시장을 주 무대로 공략하겠다는 차종이지만 내수 실적이 신통치 않은 차종이 세계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낸 경우가 드물어 현대차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i40은 정몽구 회장이 해외시장을 돌면서 적극 자긍심을 드러낸 이른바 ‘MK 작품’이라 그 긴장감은 더 한다. 현대차 내부에서는 관련 마케팅 조직의 개편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현대·기아차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지난 9월 1일 출시한 i40(아이포티) 계약 대수는 이달 24일 기준으로 275대, 출고 대수는 338대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올해 국내 시장에서 매월 2000대씩 판매하기로 했으나, 300대에 못 미치는 실적은 판매 목표가 무색할 정도다. i40 누적 출고 대수는 지난 달 ‘연구용’ 9대를 포함해 347대다.
i40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지난달 유럽에서 “최근 유럽시장에 선보인 i40와 신형 프라이드는 유럽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이 지역 소비자들의 취향을 적극 반영해 개발한 신차”라며 각별한 관심을 보인 차다.
현대차는 해외 시장에서 본격 판매가 이루어지는 내년에는 국내와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10만대의 i40을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는 i40의 저조한 실적으로 인해 국내 마케팅 관련 조직 및 전략을 대폭 수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국내영업본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기대가 큰 차종인 만큼 i40의 품질, 성능, 마케팅 등 전반적으로 심혈을 기울여왔다”며, “유럽 등 전 세계 판매 추이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i40 |
업계는 i40 판매 저하가 비싼 판매 가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차급상 아반떼와 쏘나타 사이이지만, 판매 가격은 쏘나타를 상회한다. 게다가 i40는 4종에 불과한 판매 트림과 필요 외에 선택사양까지 기본으로 포함시켜 판매 가격이 높다는 지적이다.
i40 판매 가격(자동변속기 포함, 선택사양 별도)은 1.7 디젤 2775만원, 3005만원이다. 2.0 가솔린은 2835만원, 3075만원이다. 판매 트림은 디젤과 가솔린 각각 2종씩 총 4종이다.
쏘나타Y20 판매 가격은 2190만원(자동변속기 포함, 선택사양 별도)부터 2800만원까지 6종이다.
현대차 측은 i40는 7에어백,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등 편의 및 안전사양을 기본으로 적용했기 때문에 비싼 가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히, 또 다른 유럽 전략 차종인 i30(아이서티)도 i40의 영향을 받을지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i30 디젤 익스트림 차종의 경우 판매 가격은 2205만원으로 풀옵션을 선택하면 2470만원이다. 현대차 i40, i30 외에 기아차는 신형 프라이드를 유럽 전략 차종으로 출시했다.
이와 관련,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회사의 국내 소비자 배려가 부족한 탓으로 해석했다. 김 교수는 “자동차 판매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불필요한 선택사양까지 기본사양으로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에서 ABS 등 일부 핵심 안전장치 의무화를 현대기아차, 르노삼성차, 한국GM, 쌍용차 등 완성차 업체에 제시해 기본사양으로 되가는 추세”지만, “소비자 선택폭을 넓히는 개별 선택사양을 도입하는 것은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i40 유럽 시장 전망은 내수 대비 기대할 만하다. 지난 7월부터 유럽에 진출한 i40는 7월 1068대, 8월 2325대, 9월 2474대가 판매됐다. 현대차가 유럽 D세그먼트(중형차급)에 처음 진출한 것을 감안하면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유FTA 발효에 따른 중형차 관세 단계적 철페와 i10을 더불어 i 시리즈 완성에 따라 i40 판매량은 내년부터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현대차가 내년 상반기 i30를 유럽에 출시하고 기업체 및 관공서 등을 대상으로 플릿판매(fleet sales)를 본격화할 것”이라며, “대량 판매용으로 C세그먼트(준중형)와 D세그먼트를 선호하기 때문에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르노를 비롯해 푸조, 시트로엥 등 유럽 자동차 브랜드의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며, 이에 대한 반사 이익을 현대·기아차가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i40의 판매 가격은 내수 시장을 좀 더 고려하고 정했어야 한다”며, “유럽 전략 차종이라는 이유로 고급사양을 적용, 가격을 올리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현대차 i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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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