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간 '내부의 경쟁자' 인식속에 수직계열화 균열 우려
[뉴스핌=배군득 기자]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벌써부터 내년 성과경쟁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들이 이건희 회장 복귀 후 명확한 ‘신상필벌’ 인사방침을 정하자 업종 불문하고 전 계열사들이 우선 성과부터 올리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20일 삼성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인사 방침이 철저한 성과위주로 이뤄지면서 계열사들이 향후 사업방향에 대해 수익을 극대화 하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는 이 회장의 경영 복귀 후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 등 가시적 성과가 곳곳에서 나타나는 가운데 계열사들이 확실한 평가 및 보상을 받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번 임원승진 인사에서 삼성전자(226명)를 제외하고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삼성정밀코닝 등 주력 계열사들은 20명 내외의 소폭 승진에 그쳤다.
올해 대규모 승진인사를 단행한 만큼 이들 계열사는 내년에 확실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승진폭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위기감도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계열사들은 어떻하든 내년에 올해보다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배수의 진’을 펴고 승부를 걸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계열사들의 이 같은 분위기가 두터운 수직계열화를 이룬 삼성에게 역시너지를 낼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고 본다. 수직계열화 특성상 상위 계열사의 수익을 하위 계열사가 넘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위 계열사들은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납품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 실적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내부의 적인 나올 수 있다.
지난 12일에는 삼성코닝정밀소재가 삼성SDI에 납품하는 브라운관 유리 판매단가를 높이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8년간 일본 3개 유리업체와 담한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삼성SDI 역시 삼성코닝정밀소재에서 비싸게 납품받은 유리로 브라운관을 만들어 상위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높은 단가로 팔았다.
하위 계열사가 상위 계열사의 실적을 고스란히 깎아 먹은 것이다. 삼성코닝과 삼성SDI는 자사 실적을 올리기 위해 그룹내 시너지를 포기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의 수직계열화가 오랫동안 유지되면서 점차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무늬만 계열사지 생존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그룹보다 자사 성과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 내부에서도 최근들어 계열사간 과열경쟁이 점차 수면위로 올라오는데 대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 대안으로는 계열사 ‘통합’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은 지난 1994년 이건희 회장이 그룹 내 삼성전관과 삼성전자 모니터 사업의 통합작업을 벌였다. 계열사간 중복되고 불필요한 경쟁 구도를 없애기 위한 이 회장의 새로운 경영 방침이었다.
당시 모니터를 주력으로 한 삼성전관과 후발주자로 세트 제조에 뛰어든 삼성전자가 모니터 시장에 가세하면서 양사가 경쟁하는 관계에 놓였다. 이 때문에 양사의 통합 작업이 급물살을 탄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암암리에 이뤄졌던 계열사간 성과 경쟁이 서서히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며 “이번 담합 문제가 불거진 것도 그룹 시너지를 위한 수직계열화에 변화를 줘야하는 시기가 왔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들어 계열사간 경쟁 구도가 치열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예전에는 계열사와 미팅하면 동료의식이 강했는데 최근엔 경쟁자라는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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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배군득 기자 (lob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