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부채위기의 탈출구를 찾지 못한 유로존에 이변이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해부터 유럽연합(EU)과 유럽중앙은행(ECB)을 주축으로 내놓은 해결책이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독일 단기국채 사상 첫 마이너스(-) 발행
9일(현지시간) 독일이 단기물 국채를 마이너스(-) 금리에 발행했다. 독일 국채의 발행 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날 독일은 39억유로(49억6000만달러) 규모의 6개월물 국채를 마이너스(-) 0.0122%에 발행했다. 단기물 국채 발행 금리는 지난달 0.0005%로 떨어진 데 이어 결국 마이너스(-) 영역까지 진입했다.
ECB의 유동성 공급과 독일을 주축으로 한 재정 협약 강화 등 자구책에도 부채위기에 대한 불안감과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날로 강화되는 양상이다.
앞서 스위스와 네덜란드도 마이너스 금리에 국채를 발행한 바 있다. 지난달 네덜란드는 3개월물 국채를 마이너스(-) 0.0043%의 금리에 발행했다.
부채위기와 유로존 경기침체 리스크에서 독일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국채 발행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투자 심리가 지극히 불안정하며,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에게 선택의 폭이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바클레이스 캐피탈의 기세페 마라피노 전략가는 “독일의 이번 마이너스 국채 발행 금리는 최근 금융시장 상황이 그만큼 불확실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30일 독일의 1년물 국채 수익률이 처음으로 마이너스(-) 영역으로 밀렸고, 이날 발행 금리는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 ECB 대규모 유동성 공급 불구, 은행간 거래 마비
한편 ECB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도 은행간 자금 거래가 여전히 마비된 가운데 최근에는 기업이 은행의 자금줄을 자처하고 나섰다.
존슨 앤 존슨과 화이자, 푸조 등 대규모 현금 자산을 보유한 블루칩 기업이 유동성 위기에 처한 유럽 은행권에 단기 대출을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디스의 조사에 따르면 석유회사 BP와 자동차 업체 폴크스바겐이 200억달러 이상의 현금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유럽 기업의 현금이 지난해 중반 기준 8720억달러에 달했다.
상업 은행간 거래 또는 상업은행과 중앙은행의 배타적인 자금시장인 레포시장에 이들 기업이 등장, 최근 비중이 25%에 달한다는 것이 업계 소식통의 얘기다.
유럽 레포 거래의 최대 결제소인 유로클리어의 프랑크 리스 감독 헤드는 “부채위기 이후 기업의 레포 거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거래 상대방 리스크로 인해 은행간 자금 거래가 종적을 감춘 가운데 기업이 돈가뭄을 일정 부분 해갈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