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의 기업 디폴트가 두 배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쏟아낸 자금이 금융시장에 홍수를 이루고 있지만 기업의 돈가뭄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기 때문. 자금을 지원 받은 은행이 국채 매입에 열을 올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5일(현지시간)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유럽의 기업 파산이 지난해 말 4.8%에서 올해 최소한 8.4%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 최대 정유사 페트로플러스 홀딩스가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보호 신청을 준비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기업 파산 행렬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페트로플러스는 21억달러 규모의 신용라인이 차단된 데 따라 지급불능 상태에 빠졌다.
S&P에 따르면 투기등급 기업이 2015년까지 차환 발행해야 하는 채권은 2300억유로(3000억달러)에 이른다. 초기 자금을 공급한 은행과 펀드는 자본적정성 요건을 충족시키는 한편 리스크 관리에 혈안이 돼 있어 만기 연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DC 어드바이저리 파트너스의 앤드류 클러랜드-보글 디렉터는 “어느 기업을 막론하고 은행에서 대출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은행이 ECB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이지만 자금 집행에 극도로 보수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기업 자금난이 지난해보다 한층 악화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턴어라운드 자문사인 브라이언 맨셀 앤 틸리는 “부채의 덫에 걸린 소위 좀비 기업이 넘쳐난다”며 “거시경제가 회복되지 않고 침체로 빠져들고 있어 기업이 디폴트 위기를 피할 방법을 찾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경기 호황 당시 차입매수(Leveraged Buyout) 업체에 피인수 된 기업이 특히 난항을 겪고 있다. 이들의 부채 규모가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웃돌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 피치의 에드워드 아이어만은 “레버리지가 5배에 이르면서 경기민감 섹터에 속하는 기업들의 경우 만기 도래하는 채권의 차환 발행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기업 자본 적정성에 대한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