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통상 회사채 투자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변수는 유동성이었다. 현금화해야 할 때 보유 물량을 즉각 매각할 수 있을 만큼 손바뀜이 활발한 채권이 우선순위에 올랐다.
최근 트렌드에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 유동성이나 안정성보다 발행 규모가 큰 회사채를 선호하는 움직임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라이머리 딜러를 중심으로 한 대형은행이 볼커 룰을 포함한 자본 규정 강화에 따라 보유중인 채권을 지속적으로 매각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미국 은행권은 올 들어 2월1일까지 43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클레이스 캐피탈의 저스틴 데르콜 투자등급 신디케이트론 헤드는 “회사채 시장 투자자들의 가장 결정적인 판단 잣대는 발행 규모”라고 말했다.
푸르덴셜 채권의 마이클 콜린스 수석 투자책임자는 “과거에는 다양한 종류의 채권을 거래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유동성이 높은 대형 회사채 거래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발행 물량이 5억 달러를 웃도는 투자등급 회사채로 투자 영역을 제한하고 있다. 몸집이 클수록 유동성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프라이머리 딜러의 대규모 회사채 선호 현상이 전반적인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실제로 대규모 채권의 유동성이 높다는 사실은 회전율 수치를 통해 확인됐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액세스 리서치에 따르면 연초 이후 7억 5000만 달러 규모 이상 회사채의 회전율이 12%를 기록한 데 반해 그 이하의 회사채는 7.5%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기업들은 투자자들의 ‘입맛’을 반영 규모를 예정보다 확대하는 추세다. 지난 1일 산업용 가스 업체인 프락스에어는 10년 만기 채권을 6억 달러 규모로 발행했고, 화장지 업체인 킴벌리 클라크는 10년물 회사채를 3억 달러 규모로 발행했다.
이들 기업은 만기와 함께 신용등급도 'A'로 동일하지만 프락스에어는 국채 대비 0.65%포인트의 프리미엄에 발행했고, 킴벌리 클라크는 이보다 높은 0.68%포인트의 프리미엄을 지불했다. 큰 차이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발행 기업 입장에서 비용 차이가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