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탁윤 기자] 이정도면 '동네 북' 수준이다. 선박에 이어 우리나라 수출품목 2위를 만들어 놓고도 남들이 몰라 준다.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자랑도 못한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의 정유사들 얘기다.
최근 휘발유와 경유 등 기름값 급등이 이슈가 되자 정유업계는 또 잔뜩 움츠리고 있다. 지난해 초 이미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기름값을 100원 낮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 뿐인가. 정부가 지난해말 기름값 인하의 대책중 하나로 내 놓은 '알뜰 주유소' 에 공급할 물량도 대고 있다.
다행히(?) 이번엔 직접적인 표적이 정유사가 아닌 '유류세 인하'로 옮겨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값 문제를) 정부가 방관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며 "일시적으로 얼마 깎으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정책"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정유업계는 줄곧 유류세 인하 없이는 국내 기름값을 낮출 수 없다는 주장을 펴왔다. 기름값은 '수입원가+유통마진+유류세'로 구성되는데 유류세를 인하하면 기름값이 내려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세수감소와 유류세인하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하에 소극적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유류세를 내려도 일괄 인하는 안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런 맥락이다.
사실 유류세 인하도 근본 대책은 아니다. 국내 유가는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기름값이 비싸면 덜 써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자 소비자들이 무감각해진 탓이다. 지난 1월 휘발유 소비량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는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지경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품목중 1위는 선박, 2위가 석유제품이었다. 반도체보다 석유제품 수출액이 15억불 이상 많았다. 원유수입액의 54%를 석유제품으로 수출했다.
국내 정유사들은 1990년대 이후 부터 수출을 전략적 목표로 삼고 '지상유전'이라고 불리는 고도화설비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고도화설비는 원유정제 과정중 나오는 질이 낮은 중질유(벙커C유, 아스팔트)를 마진이 높은 경질유(휘발유, 경유)로 바꾸는 설비로 국내 고도화설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도체와 선박을 만드는 기업보다 정유사들이 냉대를 받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정유사들도 사회 친화적 노력을 더 해야한다. 수천억~수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창출하면서 기름값 인하에 강력 방어선을 치는 정유사를 보면서 일반 소비자들은 '부자들이 더 무섭다'고 한다. 이익창출 지역이 국내인지 해외인지를 일반인들은 따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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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