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재계와 주식시장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SK C&C와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주)간 합병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재계와 시장에서는 그동안 SK C&C 상장 뒤 SK(주)와 합병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SK C&C가 자산변동으로 관련법상 지주회사로 전환될 소지도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1개 그룹내 2개 지주회사라는 불성립 체제를 사전 방지하기 위해서는 두 회사간 합병 필요성이 그룹 안팎에서 제기됐다. SK그룹은 비공개적으로 관련 내용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SK C&C의 총자산 중 자회사 주식비율이 장부가액의 50%가 넘을 경우 지주회사로 적용을 받는다. 이 경우 복잡한 문제가 생긴다. 하이닉스반도체등 증손회사에 대해서는 손자회사가 100% 지분을 보유하거나 매각해야 한다.
현재 주가로 산정하면 SK C&C의 SK(주) 지분가치는 50%를 훌쩍 넘어선다. 지난해 3/4분기 개별기준으로 SK C&C의 총자산규모는 2조9000억원이다.
다만 이러한 기준은 지난 2010년 본격적으로 도입된 국제회계기준(IFRS)이 적용되면서 피할 수 있게 됐다.
변경된 국제회계기준에서는 자회사의 주식가치를 취득원가로 산정하는 원가법과 공정가치에 의한 재평가법을 선택할 수 있다.
SK C&C는 IFRS 도입시 재평가 방식이 아닌 원가법으로 결정한 것이다. 원가법으로 적용된 SK C&C의 SK(주) 지분가치는 1조3000억원 수준으로 자산가치가 40%대 중반이라는 게 SK측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재계와 시장에서는 SK C&C와 SK(주)의 합병가능성과 합병시점에 관심을 갖는 모습이다.
SK C&C는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의 지분 31.8%를 보유한 대주주로 사실상 SK그룹의 지배구조에서 최상위에 있는 기업이다.
SK(주)는 SK텔레콤(33.4%)과 SK이노베이션(23.2%) SK네트웍스(39.1%) SKC(42.5%) SK해운(83.1%) SK E&S(94.1%) SK바이오팜(100%)등을 거느리고 있다. 이중 주력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 산하에는 SK에너지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SK모바일에너지등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또한 통신그룹을 지배하는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비통신 사업부문을 분사한 SK플래닛(100%)을 비롯해 SK브로드밴드(50.6%)와 SK커뮤니케이션즈(64.7%) 팍스넷(59.7%) SK텔링크(83.5%) 커머스플래닛(100%) PS&마케팅(100%) SK와이번스(100%)등을 밑에 두고 있다.
현재 SK C&C의 최대주주는 최 회장이 38%로 최대주주이다. 여동생인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의 지분율 10.5%를 고려하면 여전히 막강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
지난 2009년 2월 최 회장이 보유중인 SK(주) 지분 104만787주(2.22%)를 블록딜(대량매매)방식으로 모두 매각했다.
이를 두고 당시 재계와 시장의 분위기는 최 회장이 최대주주이면서 SK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SK C&C와 합병을 염두한 포석으로 해석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 SK C&C가 주식시장에 상장된 뒤 두 회사간 합병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지주회사인 SK(주)의 지분을 모두 털어낸 뒤 자신이 최대주주인 SK C&C를 주식시장에 상장시킨 일련의 과정이 두 회사간 합병작업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SK(주) 보단 SK C&C 지분가치가 높아질 수록 최대주주인 최 회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런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일까.
SK C&C 주가는 3만원에 상장됐으나 합병기대감에 한 때 주당 16만원때까지 오른 적도 있다. 현재 주가는 12만원 내외에서 머물고 있다. 오히려 SK(주)의 주가가 16만원선으로 더 높다.
이 시점에서 합병을 가정하면 최 회장의 합병지분율은 18%로 추산되고 여동생인 최 이사장은 4%까지 낮아진다. 또 SK C&C가 보유한 SK(주) 지분도 10%로 떨어져 자사주로 편입된다.
이러한 합병 기대감도 최근들어 시들한 모습이다. 전반적인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최 회장의 SK C&C 지분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최 회장의 SK C&C 지분율은 두 차례 지분매각으로 38%까지 낮아진 상태이다.
최 회장의 SK C&C 보유지분은 지난해 9월 주거래은행에 4%(200만주)를 매각한데 이어 같은해 12월 기관투자가에 2.5%(125만주)를 팔았다. 이로 인해 합병시 최 회장의 지분율은 3%이상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합병비용도 부담이다. 합병과정에서 공개매수나 주식매수청구권에서 어느 정도 금액이 소요될지 미지수다. 시가총액이 7조원대인 SK(주)의 공개매수 비용이 최대 1조원이상 나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차원에서 추가지분 확보도 필요하나 자금여력이 부족한 점도 합병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이러한 요인과 별개로 굳이 합병의 필요성이 없다는 얘기도 있다. 현재의 지배구조가 적대적 M&A나 경영권 방어차원에서 최 회장에게 유리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전용기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 회장이 SK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는 지금의 지배구조가 더 좋다"며 "SK C&C가 합병기대감에 주가가 올랐으나 단기간에 합병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SK C&C의 사업부문에 초점을 둔 투자관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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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양창균 기자 (yang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