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그리스가 20일 디폴트 위기를 넘기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개선됐지만 유로존 사태의 최악은 아직 지나지 않았다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스페인으로 부채위기가 전이되고 있다는 의견이 번지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유럽중앙은행(ECB)이 또 한 차례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22일(현지시간) 씨티그룹은 스페인의 디폴트 위기가 크게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그리스 역시 추가 구제금융이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씨티그룹의 윌렘 뷰이터 이코노미스트는 “스페인이 잘못된 방향으로 접어들었고, 채무조정이 불가피할 정도로 리스크가 높아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CB의 유동성에 투자 심리는 유포리아를 방불케 할 정도로 개선됐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스페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EU가 요구하는 재정수지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실물경기 위축도 점차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1월 수출은 전년 대비 3.9% 증가해 지난해 12월 증가율인 6.6%를 크게 밑돌았다. 스페인 정부는 올해 민간 소비가 4%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조업 지수 PMI 역시 전문가 예상과 달리 3월 48.7로 하락, 50을 밑돌면서 경기 수축을 확인했다.
ECB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한풀 꺾였던 국채 수익률이 큰 폭으로 반등, 시장 저변에 깔린 경계심과 최근 지표에서 드러난 펀더멘털을 반영했다. 특히 스페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0bp 오른 5.51%를 기록했다. 장중 수익률은 12bp 상승한 5.53%를 기록, 1월 이후 처음으로 5.5%를 넘었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만의 마크 챈들러 외환전략가도 “스페인은 1분기 대표적인 패자”라며 “이탈리아를 밀어내고 요주의 국가로 꼽힌다”고 전했다.
스페인은 대규모 부동산 버블을 떠안고 있어 오히려 그리스보다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금융위기 이전 EU 빈곤국으로부터 건설 노동자를 대거 유입시키며 아파트를 대량으로 지어올린 결과 곳곳에 유령도시가 생겨났고, 이 때문에 금융권 부실이 심각한 상태라는 지적이다.
슈나이더 포린 익스체인지의 스티븐 갈로 시장 애널리스트는 “현재 유로존에서 가장 커다란 리스크 요인은 스페인”이라며 “은행권 재무건전성이 손쓰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된 상태”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