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 '딸바보', '아들바보'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다.
이 말은 '항상 딸, 아들만 먼저 생각하고 아끼며 그래서 자신에 대해서는 돌보지 않을 정도'라는 뜻이 들어있는 말이다. 그만큼 자식을 애지중지하다 보니 남들이 보기에 과도하게 느껴질 정도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의 모습은 '금융바보'처럼 느껴진다. 좋은 의미에서 금감원은 우리 금융업계의 잘못과 개선점, 발전 방향을 놓고 쉼 없이 감독과 정책을 내놓는다. 그리고 때로는 따끔한 채찍을 들어 가차 없이 업계의 잘못을 챙기는 모습을 보인다. 누가 뭐래도 금감원은 금융권의 '맏형'으로 책임 있는 당국자로서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끔은 너무 금융업계의 입장을 두둔하는 모양새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이번 공정거래위원회의 전격적인 금융권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담합 조사에서 금감원의 금융바보 같은 행동이 또 여실히 드러났다.
한 금감원 고위인사는 전일 기자들과 만나 "CD금리 담합조사에 대해 자신들과 사전 협조가 없었다"며 이는 마치 공정위의 돌출행동인 것처럼 몰아갔다.
하지만 당시는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만 들릴 뿐 어떤 구체적인 조사 내용이나 결과도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예정에 없던 기자 브리핑을 자처해서 공정위에 유감을 표시하고 다 아는 내용이라는 식으로 피조사자인 금융업계를 두둔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금감원이 금융업계를 과도하게 감싸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닌지 국민의 시각에서는 다소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자신의 전문분야인 금융업계에 대해 공정위가 전격적으로 조사에 착수한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당혹감을 표시할 수는 있다.
이해가 가는 대목이긴 하지만 이런 태도가 금감원에서 고스란히 흘러나왔다는 점은 다양한 해석과 혼란을 불러오게 한다.
당장 금감원과 공정위가 맞서는 듯한 구도가 형성되며 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사안 자체를 떠나서 이 문제에 대한 파장을 유발한 책임은 금감원에 더 있다. 금감원은 공정위의 조사 과정을 충분히 지켜본 뒤, 관련 사안에 따라 차분히 대응하면 될 일이었다. 무엇보다 금융업계에서 나와야 할 반발적 기류가 금감원을 통해 형성되는 것은 전혀 맞지도 않고 모양새도 좋지 않다.
물론 정부기관으로서 공정위에게도 아쉬움은 있다. 공정위는 문제가 된 사안이 있다면 정확히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공식적으로 밝힐 것이 있으면 명명백백히 해야 한다. 조사 진행과정에서 여론을 이끌기 위해 하나둘씩 불필요한 정보를 흘리는 것은 좋지 않다. 당장은 득처럼 보일지 몰라도 불필요한 기 싸움은 시장에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도 정책기관으로서의 신뢰감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공정위는 사건을 끝까지 추적한 뒤 수집된 증거를 바탕으로 피조사자 측에서 혀를 내두를 정도로 공정하고 논리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사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채로 증거를 흘리면서 상대방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고 있다. 증거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기 보다는 일방 면으로만 확신하면서 옳고 그름을 주장하는 것은 너무 앞서나간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CD금리 담합 조사 자체도 쉽지 않아 보인다. 외부적 시각에서는 담합처럼 보이는 부분도 금융권 내부에서는 관행처럼 이뤄진 것도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금융정의를 이끌 양대 국가기관인 금감원과 공정위의 행태는 양자 모두 마치 '권한'을 '권력'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금감원은 조사를 지켜보면서 '금융업계의 대변자'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도록 나서지 말아야 한다. 또 공정위는 기왕에 조사에 착수한 이상 외압에 흔들리지 말고, 이 사안을 면밀히 파악해 정확한 팩트에 기반을 둬서 명명백백히 밝히려는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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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