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신저 통한 정보 교환 담합 의심받아
[뉴스핌=한기진 기자] #1. 지난 13일 채권시장에서는 “CD(양도성예금증서)를 3.07%에 사겠다”는 주문이 나왔다. 전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0.25%p인하로 3.00%까지 떨어지자 CD금리도 0.27%p 내려 장을 마치는 등(3.27%) 추가적인 하락 기대감을 그대로 드러낸 증거였다.
시장에서는 CD금리 하락세를 예상하며 물량이 쏙 들어갔다. A증권사 CD고시 담당자는 “정상화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해석했었다. 다음날도 0.02%p 내렸다.
하지만 이후 CD금리는 3.25%에서 멈춰버렸다. 3.07%에 물량이 나오면 엄청나게 사자 주문이 붙을 상황으로 시장에서는 훨씬 낮은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었는데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움직일 줄 몰랐다.
#2. 지난 16일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수협의 CD발행 소식이 전해졌다. 3.17~3.19%로 총 3400억원 발행된 내용으로 이날 은행채(신용등급 AAA) 3개월 금리 2.99%보다 훨씬 높았다. 수협 발행물이 영향을 줬다는 이유로 CD금리는 내리지 않았다.
CD금리는 AAA등급의 7개 시중은행의 CD 금리를 기준으로 해서 원론적으로는 수협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3. A 시중은행은 경쟁은행의 CD발행과 잔액 현황을 자금부가 정기적으로 작성, 담당 임원에게 보고해왔다. 주로 타 은행의 정보를 얻어 작성되는 데, CD는 단기자금 조달용이어서 타 은행의 상황이 중요한 고려 요인이 되지 못하지만 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서류를 공정위가 담합을 조사하기 위해 모두 압수해갔다.
공정위가 담합을 의심하는 최근 3개월간 있었거나 이전부터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일들이다. 담합을 명쾌하게 증명할 수 없지만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몇 개월간 흐름을 볼 때 다른 (지표)금리와 차이를 보이는 것은 ‘정황상’ 증거로 보고 조사를 시작했다”고 지난 2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나와 말해, 공정위가 의심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시중은행 한 부행장은 정보 교환의 장으로 의심받는 매월 정기모임을 언급하며 “자금부장 모임은 점심 한 끼 먹자는 것이고 은행들이 담합할 유인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 내부 문건에 ‘타사 자료교환’ 내용 있으면 담합 가까워져
공정위는 담합의 첫 번째 근거로 시장금리가 하락하는데도 CD금리는 요지부동이었던 이유를 퍼즐 맞추기 식으로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CD의 거래가 있어 금리가 내릴 만했는데도 그렇지 않은 이유와 이때 다른 채권금리 움직임을 비교하는 것이다.
뚜렷한 이유가 발견되지 않을 경우 금리를 담합한 외형적 증거가 된다. 다만 이런 조건을 위해서는 정황 증거가 필요한데 담당자들이 모여 꼭 담합을 약속하지 않아도 된다. 메신저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거나 여러 경로를 통해 경쟁사와 정보를 교류해 문건 등을 만들어도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이와 유사한 사례로 과거 2002년 4월 LG카드, 삼성카드, 국민신용카드, 외환신용카드 등 4개사에 대한 수수료율 부당공동행위에 과징금을 부과한 게 있다.
우선 4개사의 현금서비스수수료율, 할부수수료율, 연체이자율 인상 폭과 그 시기가 일치했다. 외형적인 증거가 성립된 것이다.
또 이와 관련된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공유했다고 밝혔는데 여신금융협회에서 공식적인 모임 이외에 영업활동과 관련한 ‘상시적인’ 정보교환 활동이 있었다.
그 근거가 삼성카드의 ‘동업타사 자료교환 운영원칙 수립보고’라는 문건으로 “현행 각 팀 별로 운영하고 있는 동업타사와의 ‘자료교환’에 대한 실익점검 및 향후 효율적 활용을 위한 운영원칙을 수립”이라는 표현이 있다.
또 2쪽의 ‘동업타사 자료교환 현황’에 의하면 LG카드, 국민카드, 외환카드 등 타사와 매일, 매월 또는 부정기적으로 월취급고, 회원수, 가맹점수, 조달금리 등의 자료를 교환하고 있는 사실이 기재돼 있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증거들이 이번 CD금리 담합여부 조사에서 드러난다고 해서 담합이라고 규정하는 데는 부족한 측면도 있다. 담합을 해서 경쟁을 제한하고 이익을 취해야 하는데, 예대율 규제로 CD발행을 줄이는 상황에서 경쟁을 제한했다고 단정 짓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한 목소리로 “CD까지 담합해서 이익을 취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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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