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혁 사진=뉴시스 |
주세혁(32·삼성생명)은 잠시 멈칫하더니 생각했던 말들을 쏟아냈다. 그는 조심스러우면서도 차분한 어조로 한국 탁구가 가야할 길을 설명했다.
한국 탁구는 2012 런던올림픽에서 은메달 1개를 따냈다. 9일(한국시간) 끝난 남자 단체전만 메달의 기쁨을 누렸을 뿐 개인전과 여자 단체전은 빈손으로 돌아섰다. 특히 7개 대회 연속 메달을 노리던 여자 단체전의 입상 실패는 예상치 못한 충격이었다.
남자 단체전 시상식이 끝난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세혁은 중국을 넘기 위한 방안을 묻자 현 귀화 선수 제도를 지적했다. 이는 한국 탁구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이다.
이번 대회 여자 대표팀은 김경아(35·대한항공)-박미영(31·삼성생명)-석하정(27·대한항공)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홍콩과의 단체전 8강을 앞두고 박미영이 당예서(31·대한항공)로 교체되면서 석하정을 포함해 2명의 귀화선수가 태극마크를 단 셈이 됐다.
중국과의 단체전 4강전 복식 경기에 당예서-석하정 조가 나서자 한 외신기자는 "중국 선수 4명이 경기를 치른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들 외에도 각 실업팀들이 당장의 성적을 위해 귀화선수를 활용하고 있다.
주세혁은 "지금 귀화 선수가 많은데 국가대표나 국내대회 때 선수의 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여자팀이 심하다. 팀당 2~3명씩 귀화 선수들을 데려오니 초·중·고 선수들은 희망이 없다"고 지적했다.
주세혁이 귀화선수 제도를 완전히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로 인해 실력 향상의 효과도 있고 실제로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얻었다. 주세혁도 "서로 윈·윈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지금 시스템은 도가 지나치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중국은 선수층이 두꺼우니 힘 좋은 애들을 골라 쓰지만 우리는 그냥 잘 하는 애들을 쓴다"며 말을 이어간 주세혁은 "초·중·고가 가장 중요하다. 지금처럼 귀화 선수들을 쓰면 어린 선수들이 무엇을 꿈꾸고 탁구를 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탁구협회가 스포트라이트를 못 받아도 기초부터 다졌으면 좋겠다. 빨리 협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협의했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의사를 피력했다.
현정화 여자대표팀 총감독도 주세혁과 비슷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현 총감독은 전날 3·4위전에서 패한 뒤 "귀화 선수들을 데려왔지만 결국 이들도 중국에 막히지 않았느냐. 그리고 귀화 선수들을 다 받으면 누가 탁구를 보겠는가. 수를 잘 조절해서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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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인규 기자 (anol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