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 경제가 이미 ‘잃어버린 10년’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부채위기의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주변국 침체가 중심국으로 확산, 장기적인 불황을 모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지난 2분기까지 유로존 전체 경제가 공식적인 침체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일부 경제 지표는 이미 수년간 침체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지적이다.
우선 독일을 제외하고 어떤 유로존 회원국도 미국 서브 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불거지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경제 석학은 주장했다. 이는 프랑스를 포함한 유로존 중심국도 예외가 아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피터 루퍼트 경제학 교수는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지만 GDP 수치에 이 같은 내용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며 “교육 투자와 리서치 자금 지원이 끊어진 점과 기업 도산, 청년 실업 등 통계에서 보이지 않는 문제가 이미 수년 전부터 경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칼 바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은 정상적인 경기 주기를 이미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세계대전 이후 어떤 산업화 국가에서도 상승 주기가 종료되기 전 하강 주기로 접어든 사례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2009년 침체를 벗어났으나 올해 재차 침체에 빠져들었다. 이들의 경기 침체가 깊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일부 전문가들은 독일과 프랑스도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욕대학의 토마스 쿨리 경제학 교수는 유로존 경제가 1990년대 일본식 ‘잃어버린 10년’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판단했다.
은행권의 자산건전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여신을 극도로 제한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신용경색을 해소하지 못하는 등 일본과 흡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런던 정경대학의 루크레지아 리클린 교수 역시 “다년간 경제 성장 부진에 따른 사회적 파장이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스페인을 포함해 저성장에 따른 청년 실업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이며, 이는 일본식 장기 불황 가능성을 암시하는 신호”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