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재벌 희생양 삼아 민심 얻으려는 속내"
정치권發 '경제민주화'파장이 재계를 뒤흔들고 있다. 재벌의 지배구조문제나 금산분리 확대강화등 쟁점 하나하나가 휘발성이 만만치 않다. 대선정국과 맞물리면서 '경제민주화'는 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시대정신으로 자리잡을 소지가 많다. 나라경제의 반석역할을 하는 우리 기업들도 차제에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를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다. '경제 민주화'바람이 칼바람이 아니라 훈풍이 되게끔 정치권 재계 시민사회가 모두 노력해야한다는 관점에서 '대선과 재벌개혁'을 기획한다.<편집자주>
올 초부터 시작된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가 대선이 가까워 오면서 가열되고 있다. 왼쪽부터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민주당 민주통합당 의원. |
“재벌의 신규 순환출자를 규제하고, 대기업 총수에 대한 사면권 행사는 자제하겠다.(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시장경제 미명하에 자유 경제가 아니라 복종의 경제가 되면 경제 주체를 살아날 수 없다. 재벌의 부당하고 과도한 경제력 집중 해소는 경제민주화의 첫 단추이다."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선후보)
“산업자본이 은행 소유를 금지하도록 하는 금산분리는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 순환출자는 유예기간을 주되 단호하게 철폐해야 한다.”(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정치권이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재계와 재벌 총수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등 정치권은 지난 4월 총선에서 경제민주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데 이어 출자총액제 부활, 순환출자 금지 등을 담은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을 잇따라 발의하며 후속 조치에 나선 상태이다.
민주통합당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6개 법률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으며, 새누리당도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을 중심으로 법안 발의가 시작됐다.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의 중심에는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 유력 대선후보들이 있다.
이들은 내용면에서 차이는 있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출자총액제 부활과 순환출자 제한, 금산분리 강화 등에 대한 생각을 밝히며, 경제민주화가 올 대선에서도 최대 화두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재벌체제 개혁과 경제민주화(28.6%)가 비정규직 대책 및 일자리 만들기(24.6%), 투명한 정치와 정치개혁(21.5%), 반값등록금 등 복지국가 실현(17.9%) 등을 제치고 올 연말 대선에서의 최대 쟁점으로 꼽혔다.
정치권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민주화는 헌법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헌법 제 119조 1항은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기본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제2항에는 국가는 균형성장, 적정한 소득분배, 경제력 남용방지,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위해 경제를 규제하고 조정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이처럼 이미 오래 전부터 헌법에 명시된 경제민주화를 정치권이 새삼 쟁점화하는 것은 정치적 이유에서이다.
소수의 대기업과 재벌을 희생양으로 삼아 민심을 얻고, 궁극적으로는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속내가 깔려 있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물론,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이 가중됨으로써 대중소기업간 경제적 불균형과 계층갈등 해소가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것 또한 사실이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시대적으로 자본의 집중에 대한 경계 여론이 팽배해지면서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이 같은 민심을 반영하지 않고는 대선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고 보는 것 같다”며 “대기업 규제에 대한 공약이 이어질 것이며, 그 중 일부는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재벌과 재벌총수를 타겟으로 하고 있는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에 재계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경제민주화는 재벌개혁을 의미하는 것 같다”며 “이 같은 경제민주화는 잘못된 목적을 지닌 잘못된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재벌 때리기식 경제민주화를 지양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경제질서를 확립하는 차원에서의 논의가 타당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향후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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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