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태안 기름 유출사고 현장서 30km 위치
삼성토탈은 충남 서산 대산공장의 파라자일렌(PX) 설비 증설과 관련, 선박 접안시설을 늘리고 있다. 사진은 대산공장 앞바다에 접안시설 공사를 위한 파일이 박혀 있는 모습.<사진=김학선 기자> |
주변으로는 쇠파이프 등 각종 자재와 작업자를 실어 나르는 바지선이 정박해 있으며, 파도로 인해 유실된 노란색 오일펜스들이 군데 군데 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이 곳은 삼성그룹의 석유화학 계열사인 삼성토탈의 선박 접안시설 공사현장. 삼성토탈은 주력공장인 대산공장의 파라자일렌(PX)시설 규모를 연산 60만t 규모에서 2014년 8월까지 160만t으로 증설키로 하고, 이를 위해 기반시설을 늘리고 있다.
지난 4월부터 공사가 시작된 접안시설은 17만t급과 12만t급 유조선이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 규모로, 수심이 15m에 이르는 바다 위에 파일을 박고 그 위에 나프타 등 원재료와 제품을 수송하는 파이프를 설치하게 된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PX설비 증설계획에 따라 접안시설을 확충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토탈 대산공장 앞바다에서 진행되고 있는 선박 접안시설 공사현장에 접근하자 회사 관계자 다가와 이를 제지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주민들은 지난 2007년 12월 태안 기름유출 사고의 악몽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가해자인 삼성이 사고 지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증설을 추진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산공장 앞바다는 태안 사고 지점과 직선거리로 약 30km 떨어진 곳으로, 사고 당시 주민들의 피해가 막심했던 곳이다.
권기성 서산시유류피해민대책연합회 사무국장은 "기름유출 사고로 인한 피해보상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가해자인 삼성이 5년 전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증설공사를 추진하는 것은 주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토탈이 증설을 추진하는 곳은 양식과 맨손어업 등이 활발한 가로림만 입구로, 증설이 완료돼 유조선 등 선박의 출입이 늘어나면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태안 유류사고와 관련 국제기금(IOPC)의 피해보상은 마무리단계에 와 있지만, 보상 인정률이 낮아 피해 주민 대부분은 대부금 상환 및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피해액을 제대로 산정해 달라며 서산지원에 사정재판을 청구한 상태이며, 1000억원의 지역발전기금을 약속한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도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근에서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박정섭 씨(58)는 “태안사고 때 입은 피해를 보상받지도 못한 상태에서 삼성이 어민들을 또다시 짓밟고 있다”며 “삼성토탈의 공사현장을 볼 때마다 울화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토탈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적법한 허가절차를 밟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일부 주민들의 보상요구에 대해서는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산시유류피해민대책연합회는 다음달 삼성토탈 대산공장 앞에서 증설을 반대하는 집회 및 장기농성에 들어갈 예정으로, 회사측과 주민간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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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