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시작에 불과…차분한 대응 필요
[뉴스핌=이강혁 기자] "많이 놀라고 당황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삼성의 한 임원은 27일 "평결의 논리성이 없고 애플의 주장만 다 받아들여져서 억울한 감정이 없지 않다"며 이런 속내를 드러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 미국 평결 이후 삼성 관계자들은 격앙된 반응을 감추지 않는다. 전사적으로는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일상 업무를 진행하자는 분위기이지만 임직원들의 불편한 감정은 역력하다.
삼성전자는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미국 법원과 애플을 향해 일침을 놨다.
이날 사내미디어를 통해 "배심원들의 평결 내용은 대단히 실망스러웠다"면서 "시장에서 혁신을 통해 정정당당하게 경쟁하지 않고 법정에서 특허라는 수단을 활용해 경쟁사를 누르려고 한 회사가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으며 성장을 지속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없다"고 꼬집었다.
일단 누구보다 긴박하게 움직이는 것은 삼성의 수뇌부들이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을 포함해 삼성전자 신종균 사장 등 최고경영진은 휴일인 26일에도 서울 서초동 사옥에 나와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27일 오전에도 릴레이 회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수뇌부의 이런 움직임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제대로 된 후속 대책을 마련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직 소송전이 마무리된 상황이라기 보다는 전쟁이 벌어진 상태에서 하나의 전투에 불과한 미국의 평결에 일희일비 하기보다 길게 보고 돌파구를 마련하겠는 신중한 뜻도 읽힌다.
당장은 애플이 이번 평결의 연장선에서 삼성전자의 일부 제품에 대해 판매금지 신청을 제기할 예정이고, 가깝게는 재판부의 1심 판결, 멀게는 항소심의 지루한 법정 공방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판매금지 가처분 공판은 오는 9월20일로 예정돼 있다.
경쟁사들도 이런 측면에서 삼성전자에게 힘을 싣는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소송에서 문제가 된 스마트폰 홈버튼, 둥근 모서리, 배젤, 전면 유리 등 디자인 관련 내용은 다른 경쟁사들도 언제든 소송전에 휘말릴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진영을 대표해서 애플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는 시각도 이런 측면 때문이다.
결국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소송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미국시장의 파급력이 만만치 않지만 다양한 시나리오를 그리면서 차분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과의 거래관계 등을 고려할 때 결사항전이라고까지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고 소송에서도, 계속될 이면의 합의시도에서도 삼성전자가 굳이 불리한 결정을 내릴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유리한 상황은 아니지만 내부적으로는 상급법원에 항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평결이 1심 판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또, 로열티 협상 등에서 일단은 애플이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는 판단이지만 그렇다고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지는 않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법무팀 등에서 기존 전략을 처음부터 꼼꼼하게 점검하면서 후속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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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