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방전에서 소송까지 갈때는 기업의 흥망문제
[뉴스핌=이강혁 장순환 기자] 삼성과 LG가 각종 사업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특히 전자 분야에서는 서로 원색적 비난은 물론 법적분쟁으로 비화되는 사례도 여럿 눈에 띈다.
옛 영광을 찾아야하는 LG는 양보할 수 없다는 결사항전의 모습으로, 위상을 지켜내야 하는 삼성은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가 남달라 보인다.
![]() |
-삼성전자가 최근 제작해 유튜브 등에 공개한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2`. 동영상 캡쳐. |
◆ 크기 경쟁에서 소송전까지..냉장고 전쟁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전업계의 맞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냉장고 '10리터의 경쟁'이 결국 소송전으로 번졌다.
지난 7월 삼성전자가 냉장고 용량의 마의 벽으로 불리던 '900리터'의 세계 최대 용량의 냉장고를 출시하자, 2주 뒤 LG전자가 '910리터'의 냉장고를 공개하면서 세계 최대용량 타이틀을 빼어왔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LG전자의 냉장고 용량을 문제 삼은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 등에 공개했다. 양측의 냉장고 용량 경쟁이 감정싸움까지 더해지면서 최악의 갈등 국면을 맞게된 대목이다.
LG전자는 이에 따라 삼성전자를 상대로 '부당 광고 행위의 금지를 청구'하는 내용의 광고금지 가처분 소송을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삼성전자가 자사의 대형 냉장고 용량 표기가 실제와 다르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 등에 게시하고 있다며 이를 금지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이다.
LG전자 측은 "품질과 서비스에 의한 본연의 경쟁이 아닌 악의적인 비방광고로 각종 법령을 어겨가면서까지 소비자를 오도하고 경쟁사를 폄훼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KS 규격에 따른 정부 공식 측정 방식으로 제3의 공인 기관을 통해 공개 검증하자고 삼성전자에 제안했다.
가처분 소송과 별도로 삼성전자와 용량 대결을 정확하게 벌여보자는 의미로도 읽히는 부분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소비자들이 쉽고 재미있게 제품의 실상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바이럴 마케팅 수단을 사용해 동영상을 제작했다"면서 "동영상 내용에 허위사실이 없어 LG전자의 내용증명에 대해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고 냉랭한 입장을 전했다.
사실 두 회사의 냉장고 용량 대결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지난 2010년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801리터 대용량의 냉장고를 내놓았고 삼성전자가 같은해 10월 840리터 대용량 냉장고를 출시하며 대결에 불을 댕겼다.
이후 LG전자는 2011년 3월 850리터 냉장고로 맞섰고, 삼성전자는 같은 9월에 860리터 냉장고를 발표했다. 올해는 삼성전자가 900리터 벽을 먼저 넘어서자, LG전자는 곧바로 910리터 냉장고를 내놓으며 맞불을 놨다. 냉장고 용량 대결이 양사의 자존심 경쟁으로까지 비화된 모습이다.
◆ '세계 최초'를 위한 OLED 기술공방전
냉장고 용량 경쟁과는 별도로 양사 간 첨예한 대립각은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단적으로 삼성디스플레이가 LG디스플레이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유출 관련 가처분을 제기하면서 양사의 기술유출 공방은 뜨겁다.
앞서 지난 7월 수원지검은 LG디스플레이 임직원 4명 등에 대해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기술을 몰래 빼갔다며 재판에 넘겼고, 양사는 서로 긴급브리핑을 번갈아가며 언성을 높인 바 있다.
개발비용만 1조원 이상이 투입된 OLED 기술 전쟁의 시작이었다.
![]() |
-`IFA2012`에서 공개된 LG전자의 OLED TV. |
당시,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LG가 자사의 수석연구원을 임원으로 입사시켜주겠다면서 삼성의 기술과 영업 비밀을 지속적으로 빼갔다"고 주장했고, LG디스플레이 측은 "삼성과 전혀 다른 방식의 OLED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며 "기술 빼가기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 사안에 대한 본안 소송이 현재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추가로 LG디스플레이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에 나서면서 사실상 전방위적인 그물망 공세가 시작된 셈이다.
해당 기술을 빼갔느냐, 이 기술을 이용했느냐 등의 여부를 법정에서 다투고 있으면도 추가적인 액션에 나선 것은 결과적으로 법적다툼과 별도로 기술 우위를 지키려는 행동으로도 해석된다.
때문에 관련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숨은 뜻이 다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기술유출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다양한 법적조치를 강구하는 것이 당연할 수 있지만, 가처분 신청을 할만큼 긴급한 상황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미에서다. OLED TV 출시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최근 독일에서 개최된 세계가전박람회 'IFA2012'의 영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면서 "삼성과 LG가 OLED TV의 연내 양산과 세계 최초의 타이틀을 두고 벌이는 신경전의 연장선"이라고 해석했다.
◆ 글로벌 3D TV 광고도 신경전 '후끈'
삼성과 LG의 3D TV 광고 신경전도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4월 전미 광고국(NAD)에서 삼성전자의 3D TV 광고 중단을 권고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3D TV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에는 NAD가 LG전자 광고 중단 권고를 내린 데 이어 이번에는 삼성전자의 광고에 대해 중단 권고를 내리면서 '일진일퇴'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미 광고국은 액티브 3D 방식(셔터글라스 방식)이 패시브 3D 방식(편광 방식)보다 우월하다는 내용으로 삼성전자가 상영해오던 광고 영상 사용 중단을 권고했다.
이는 지난 10월 LG전자가 삼성전자의 광고 영상 내용이 소비자를 호도할 수 있는 부당한 광고라며 NAD에 제기한 이의신청을 최종적으로 받아들인 결정이다.
NAD는 삼성전자가 제출한 자료로는 광고문구들이 내포한 주장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하기에 불충분하다고 판정하고 "패시브 3D가 고해상도(Detail)을 제공하지 못한다", "패시브 3D는 1080을 반으로 나눈 기술이다", "Passive 3D는 들쭉날쭉한 선들이 있다"는 주장을 중단하라고 판정했다.
또, NAD는 액티브 방식의 상하 시야각이 더 우수하다는 삼성전자의 주장에 대해서도 '좌우시야각의 우수함'까지 제공하지는 않는다고 결론내렸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이번 결정으로 LG 시네마 3D TV가 최적의 풀HD 화질을 제공함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며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3D 화질 논란에 재차 종지부를 찍는 결과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LG전자는 이번 NAD의 결정을 계기로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한국기업들이 글로벌 3D 시장을 선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 "NAD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지만 자율심의기구인 NAD의 의견을 존중해 권고사항을 따를 것"이라며 "이미 2012년 모델부터는 새로운 기능을 강조한 광고를 제작해 상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미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3D TV 광고에 대한 이의 결정이 내려진 바 있어 업계에서는 기술 경쟁보다 불필요한 과열 경쟁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제품의 경쟁력 이외의 논란이 많이 이어지고 있다"며 "상호 비방과 비교보다는 기술의 경쟁으로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뉴스핌]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