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 우리나라 회사채 시장이 그리 작은 규모가 아님에도 거래가 활발하지 못해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회사채는 거래 규모에 있어서 국공채를 포함한 전체 채권 거래의 3%에 채 못 미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의 채권 거래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장내·외 회사채 거래대금은 177조원으로 전체 채권 거래대금 6625조원의 약 2.7%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채권 거래는 국채(4235조원, 64%)와 통안증권(1360조원, 21%)에 몰려 있다.
자료:금융투자협회 (단위:조원/건) |
이처럼 빈약한 회사채 거래 수준을 보다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투자자 저변 확대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연구원 김필규 박사는 "회사채 시장 활성화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투자자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예전에는 자산운용사들이 펀드를 통해 투자를 많이 했으나, 요즘은 펀드 자체가 줄었고 또 있다 해도 사모 단독 매칭형태가 대부분으로 일반 투자자 대상 펀드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는 이른바 '빅3'로 불리는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그리고 농협을 제외하면 그 투자자 풀이 극히 협소하다.
투자자 풀이 이처럼 빈약하다 보니, 회사채 발행사나 주관하는 증권사 모두 빅3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그리고 농협이 각 증권사들을 평가해 점수화해서 고득점 증권사로 참여를 제한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나아가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다른 기관 투자자를 유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일반 투자자는 물론 은행들도 과거와는 달리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드물다"며 "그동안 주식형 펀드로 운용되다보니 회사채에 별 관심이 없어 회사채 펀드 활성화나 투자자 저변 확대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제도적으로도 문제는 없지 않다. 수요 예측과 거래 단위 문제가 대표적이다.
지난 4월 금융당국은 수요 예측을 의무화하면서 사전 수요 예측을 금지시키고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이후 수요 예측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 인해 주관 증권사들은 회사채를 다 못 팔 경우 남은 물량을 온전히 떠 안아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대형증권사 IB부문 고위관계자는 "지난 10월 5년물 회사채를 발행한 OCI의 경우 2000억원 중 500억원만 팔려 나머지 1500억원을 7곳의 증권사가 떠 안게 됐다"며 "수요 예측 금지 원칙에 충실하려는 금융당국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분명 개선의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100억원 단위로 거래되는 국내 회사채 시장의 관행도 거래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
곽석주 우리투자증권 채권 신디케이션팀 과장은 "대체로 5억원 단위로 거래 가능한 외국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그 단위가 커 외국 투자자들조차 부담을 느끼면서 국내 회사채 시장이 외면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국채 시장은 2010년 10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거래소 거래규칙이 바뀌면서 그 이듬해 국채 거래가 120% 가량 늘었다"며 "장외 거래되는 회사채 시장에서 거래단위 변경은 시장 참여자들의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것으로 상대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