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서영준 기자] 현대·기아차가 지난달 미국 진출 이래 11월 집계 사상 최대의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 11월 미국 시장에서 각각 5만 3487대, 4만 1055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와 11%가 증가한 것으로 현대·기아차를 합치면 총 9만 4542대가 팔려 9%의 성장을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은 지난달 2일(현지시각) 미국 환경보호청이 현대·기아차 일부 차종에서 연비가 표시된 것 보다 1~4마일 낮은 것으로 발표하면서 11월 판매에 악영향이 우려됐던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때문에 현대·기아차는 지난 4일 이례적으로 자료까지 배포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연비 하향 조정에 따른 판매 감소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도 연비 하향 조정에 따른 판매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며 긍정적인 전망들을 연이어 내놓았다.
상황이 이렇듯 현대·기아차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정작 놓치고 있는 부분이 없는지 돌아봐야 할 것 같다. 지난 11월 미국 시장 차량 판매 증가는 단순히 현대·기아차에 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에서 시장점유율 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위 7개 자동차 회사의 차량 판매는 일제히 상승했다. 상위 7개사의 평균 판매 증가율은 14.4%에 달했으며 미국 시장 전체적으로도 전년 동기와 비교해 15% 이상의 차량이 더 판매됐다.
특히, 현대·기아차와 경쟁하고 있는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성장세는 괄목할 만하다. 지난달 도요타는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7% 상승한 16만 1695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혼다와 닛산의 경우에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 13% 증가한 모습을 보여 현대·기아차 위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현지에서는 이러한 자동차 판매 상승을 지난달 미국 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의 영향으로 발생한 2만 5000대에 이르는 차량 교체 수요, 초저금리에 따른 노후 차량 교체 수요가 맞물려 만들어낸 결과로 보고 있다.
이를 놓고 본다면 단순히 현대·기아차가 연비 하향 조정에 따른 판매 감소가 없었다고 말하기엔 미국 시장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는 걸 알 수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이러한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불어 현대·기아차의 연비 하향 조정에 따른 소비자들의 소송전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미국은 물론 캐나다에서 제기된 소송은 어떤 결과를 불러 올지 예측할 수 없다. 만약, 현대·기아차가 소송에 패한다면 막대한 금액을 배상해야 한다. 연이은 소송 제기 우려도 존재한다.
현대·기아차가 발 빠른 보상 대책으로 연비 사태를 마무리 지었다 착각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소송전은 하루아침에 끝나지 않는다. 연비 사태의 영향이 충분히 반영됐다 보기엔 시간도 짧았다. 차량 판매 증가는 현대·기아차만 달성한 게 아니다. 현재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뉴스핌 Newspim] 서영준 기자 (wind09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