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창균 기자] 대기업과 중견기업 그리고 중소기업은 규모에 따른 분류이다. 2개 이상 회사의 집단은 기업집단으로 불린다. 대기업이나 기업집단이란 단어에는 어떠한 가치판단도 들어가 있지 않다. 그러나 대기업이나 기업집단에 부당과 탐욕 등의 편견이 개입되면 재벌이라는 부정적인 표현으로 바뀐다. 기업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이다.
실제 기업환경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에너지 등은 명실상부한 수출기업이다. 수출을 하는 대기업이라는 측면에서 국민들로부터 국가성장의 동력으로서 고용창출의 원천으로서 박수를 받는다. 하지만 이들 대기업들도 납품단가 인하와 일감몰아주기 등 부정적인 시선에서 늘 자유롭지 못하다.
이같은 편견이 재판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까.
사법부는 우리 사회를 지키는 중요한 보루중 하나다. 어쩌면 마지막 보루일 수 있다. 사법부 판결 마저 흔들린다면, 또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면 우리 사회는 한시도 지탱할 수 없다. 때문에 우리는 사법부의 판결은 법과 양심에 따라, 그리고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어떠한 편견도 없이 내려졌을 것으로 믿고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기자 역시 사법부를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최근 전남 순천의 한 사립대 설립자에 대한 보석 허가로 시끄럽지만 기자는 해당 재판장이 법과 양심에 따라 보석을 허가했을 것으로 믿고 있다. 해당 재판장이 법과 양심에 따라 보석을 허가했더라도 상급심 재판부는 또다른 법과 양심에 따라 1심 결정을 뒤집을 수 있다.
새삼 이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최근의 ‘대기업’에 대한 판결, 어쩌면 ‘재벌’에 대한 판결을 거론하고 싶어서다.
먼저 SK 1심 판결을 보자.
1심 재판부는 최태원 SK 회장이 자신의 횡령 사실을 숨기기 위해 동생인 최재원 SK 부회장에게 죄를 뒤집어 씌웠다고 봤다. 최 회장 형제가 일반인들과 달리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더라도 사람의 본성까지 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동생에게 최장 11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는 죄를 뒤집어 씌울 수 있는지와, 동생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재판부는 SK 계열사를 일사불란하게 동원하고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최태원 회장으로 봤다. 아무리 회장의 위치에 있다고 하더라도 계열사의 펀드 자금을 선급금 형태로 지급하는 등의 세세한 일까지 관여했을까. 과거 최태원 회장의 선물 투자 이력이 이번 사건에 영향이 미쳤을지 모를 일이다.
한화 사건도 그렇다. 검찰 압수 문건을 토대로 김승연 회장의 정점으로 일사분란한 상명하복의 지휘체계를 이루는 것으로 판단했다. 전문경영인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경영활동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김 회장의 개입 가능성에 초점을 뒀다.
이번 SK 사건이나 한화 사건에서 재판부가 대기업이 아닌 재벌의 오너 경영인이라는 편견이 작용하지 않았을 것으로 믿고 싶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 취임 1주년을 맞아 한 인터뷰에서 “대기업 회장이라고 해서 피해할 수도 없지만, 반대로 재벌이라고 해서 엄벌할 수도 없다”고 한 말이 정답일 듯싶다.
이 두 사건은 법조계는 물론 경제계에 적잖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른바 '경제민주화'라는 화두속에 대기업 판결에 대한 가늠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과 김승연 회장 등 대기업 회장들은 항소심에서도 사실관계를 놓고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들 회장이 재계 총수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편견과 싸워야하는 부담을 지우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항소심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
[뉴스핌 Newspim] 양창균 기자 (yang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