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적 경쟁, 감독당국이 불 지펴"
[뉴스핌=한기진 기자] 근로자재산형성저축이 은행권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재형저축 판매 첫날인 이달 6일 KB국민은행은 지점마다 강력한 실적보고 주문을 내렸다. ‘30분’ 단위로 쪼개 몇 개의 계좌를 만들었는지, 금액은 얼마인지 정리해 지점의 실적 성적표를 만들게 했다. 통상 프로모션 목표는 짧아야 하루, 일주일, 한 달 또는 분기 단위로 정해지지만 30분 단위가 등장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지점 직원들은 보험이나 펀드 대신 재형저축 판매에 매달려야만 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일부 본부에서 할 수 있지만 지금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재형저축 유치고객을 300만 명으로 잡았다. 잠재고객으로 분류되는 900만 명의 3분의 1이나 된다. 그것도 조기에 달성해 경쟁사를 누르겠다는 은행차원의 목표를 세웠다.
IBK기업은행 노사는 8일 자율적인 마케팅을 하자고 합의했다. 조준희 행장이 프로모션을 폐지했지만 보이지 않는 영업압박이 재형저축에 한해서 비껴가자 “직원 스트레스가 심하다며” 노동조합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과열 양상을 보일 만큼 재형저축 판매에 열을 올렸다. 그러자 금융감독원은 11일 시중 은행 수석부행장들을 급하게 소집해 재형저축이 일주일이 안 돼 각종 잡음에 휩싸였다고 경고했다. 재형저축은 출시 3일 만에 60만명의 가입자를 끌어들였다. 금감원은 이 중에 허수(虛數)가 많다며, 과당 경쟁을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판매 첫날 각 은행으로부터 실적을 보고 받는 등 과열경쟁의 불을 지핀 당사자라는 비판을 받는다.
가입자 수 부풀리기는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났다.
최소 입금 금액인 1만원만 입금해 놓고 가입 실적에 포함하는 ‘만원통장’, 대출 및 거래를 이유로 가입시키는 ‘꺾기’, 본점 직원은 10개 유치 지점 직원은 100개 유치 식의 의무적인 ‘실적할당’, 은행원이 실적을 채우기 위해 자신이나 친척, 친구의 이름으로 가입하는 ‘자폭통장 등에 대해 금감원은 징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업 가이드라인도 제시하며 △ 은행들의 직원별 또는 영업점별 재형저축 실적 할당 금지 △ 판매실적에 대한 별도 평가 금지 △ 자폭통장 개설 적발 시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엄중 제재 △ 개인 또는 거래기업 직원 등에게 가입을 강요하는 꺾기 행위 금지 △ 해외여행 등 과도한 경품 제공 행사 중단 등을 지적했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2.75%인데 거의 2%p나 높은 4% 중반에서 재형저축 금리가 결정되면서 은행 처지에서 손실 만회 ‘액션’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손해를 볼 수 없는 상품인데, 만회하기 위해서는 고객유치와 연계상품을 판매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료 : 은행연합회 |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