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광장 ANDA 칼럼

속보

더보기

[데스크칼럼] '베를린 공수작전'과 개성공단의 안보적 가치

기사입력 : 2013년04월15일 15:09

최종수정 : 2016년02월12일 15:12

- 남북평화 최후의 보루 개성공단 폐쇄 위기 어떻게 볼 것인가

1948년 6월 23일 소련은 서독에서 동독 내 서베를린으로 통하는 육로(철도·도로·수로)를 봉쇄했다. 1948년 3월 미국과 영국, 프랑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내 관할구역을 통합해 단일한 경제단위(서베를린 포함)를 만들기로 결정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소련 대표는 항의의 표시로 미·소·영·프 4개국이 참여하던 연합국공동관리위원회에서 탈퇴한 후 6월 24일 "4대 강국의 베를린 행정위원회는 폐지됐다"며 "서유럽 연합국은 더 이상 베를린에 대해 아무런 권리가 없다"고 선언했다.

당시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조지 마샬 국무장관과 오마 브래들리 합참의장 등 정부 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우리는 베를린을 떠나지 않는다"며 서베를린 250만명의 주민들에게 생필품을 공급하는 공수작전을 단행한다. 소련이 동독 주둔 점령군 규모를 40개 사단으로 늘리는 등 전쟁위험이 고조됐으나 연합군측은 서베를린 공수작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후 1949년 5월까지 11개월 동안 매일 최소 2000t 이상의 물자를 공급한 공수작전 결과 소련은 1949년 5월 12일 봉쇄를 풀었다. 당시 연합군측은 수송기를 이용해 같은 해 9월 30일까지 2억2400만 달러에 232만3738t의 식량과 연료, 기계, 기타 물품 등을 서베를린으로 공급했다. 연합군측이 공수작전과 함께 동유럽의 모든 전략수출품에 대한 서유럽 국가들의 경제봉쇄를 단행해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의 숨통을 죈 결과다.

65년 전 베를린 공수작전 역사가 다시 떠오른 것은 지난 11일 북한의 개성공단 잠정중단 조치 때문이다.

기자가 1990년대 초반 독일에서 분단국가의 통일과정을 공부하며 느꼈던 한국과 서독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바로 베를린이란 존재였다.

서독에 속한 행정구역이면서 지리적으로는 동독 내에 있던 서베를린은 동서독의 분단이 고착화된 상황에서도 독일 민족은 하나라는 정서적·역사적·지정학적 유대감은 물론, 동서독 간 수 많은 군사적 긴장상황 속에서도 평화를 유지하는 지렛대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물론 서베를린 봉쇄와 같은 형태로 국지적 긴장감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독일 전체로 볼 때 서베를린이 긴장을 통한 평화유지 및 서독의 체제 우월성을 동독에 전파하는 첨병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순 없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승전국들에 의해 분할된 독일의 모습. 빨간색으로 표기된 동독(소련 점령) 한 복판에 현재 독일의 수도 베를린이 보인다.

당시 '분단국가의 역사와 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논문을 쓰면서 만일 한반도에 베를린과 같은 완충지대가 존재한다면, 즉 북한 내에 남한의 통치를 받는 행정구역이 존재한다면 남북대화 유지는 물론,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염원을 품었던 기억이 난다.

세월이 흘러 남북정상회담이 두 차례나 열리고 금강산과 개성공단이 남북의 충돌을 방지하는 지렛대 역할을 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금강산관광은 중단됐고 마지막 보루인 개성공단마저 폐쇄 일보 직전의 위기를 맞고 있다.

북한이 14일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12일 대북대화 제의에 대해 조건부 거부 입장을 밝히고, 우리 정부가 이를 사실상의 거부의사 표명으로 받아들이면서 개성공단의 존폐 문제는 경각에 달린 상황이다.

◆ 개성공단을 지켜야 하는 이유

폐쇄 위기에 놓인 개성공단의 안보적 가치를 둘러싸고 다양한 논란이 있지만 장기적이고 항구적인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개성공단의 폐쇄는 북측보다는 남측에 주는 타격이 더 크다. 북보다는 남이 지켜야 할 가치가 많고 평화를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실례로 김대중 정부 시절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북한의 최남단 해군기지인 장전·성직항의 군함들을 금강산 북쪽 해역으로 이동시켰다. 육로관광이 시작된 이후에는 금강산에 위치한 북의 군부대들을 후방으로 재배치시켰다.

노무현 정부 당시 개성공단이 건설된 이후에는 북한의 서부전선을 지키던 전차와 자주포부대 등 많은 병력이 개성공단 이북으로 재배치됐다. 남북이 군사적으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던 서부전선이 개성공업지구 설립으로 그만큼 북상한 것이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2010년 천안함 침몰 직후 언론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유사시 개성공단은 북한의 기습남침 시간을 지체시키고, 북한군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하기 쉽게 하여 국군이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게 해준다"면서 "그래서 전문가들은 개전 초기에 전력상실이 가장 큰 현대전의 특징으로 볼 때 개성공단의 안보적 가치는 국군 몇 개 사단과도 바꾸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고 말한다. 이러한 평화증진 정책의 결과 휴전선에서 불과 10여㎞ 남방에 거대한 엘시디(LCD) 공장과 수많은 협력업체들이 들어섰으며 그동안 군사보호지역으로 묶여 정당한 재산권 행사도 못했던 한수 이북 토지들도 개발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개성공단의 가치를 평가했다.

북한 또한 자신들이 내준 개성 땅의 안보 가치를 인식하고 있다.

북측 대표단은 2009년 6월 19일 개성에서 열린 실무회담에서 토지 임대료 5억달러 인상안을 제시하며 "토지값 문제만 보더라도 개성공업지구는 그 지리적 위치로 보나, 임대기한으로 보나 안보상 가치로 보나 그런 노른 자위같은 땅을 통째로 내준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우리가 제시한 기준은 결코 무리한 것이 아니며 남측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유창근 부회장은 개성공단의 가치는 최소 30억달러 이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혹자들은 개성공단에 체류중인 우리 국민들의 인질론을 제기하며 이참에 북한에 휘둘리는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그러나 금강산관광 사업을 통해 경험했듯이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한번 폐쇄된 문을 다시 열기까지는 상상 이상의 비용과 시간을 지불해야 한다.

북한이 개성공단 가동을 잠정 중단하면서 출경 금지 8일째를 맞은 지난 10일 오전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관문인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국사무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더욱이 한국 정부는 노무현 정부 시절 개성공단을 운영하면서 이미 '개성공단 인질 사태에 대비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까지 준비해놓고 있는 상태다.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한 시나리오를 준비해놓고 있다는 말이다.

개성공단 존폐 문제가 인질사태로 비화하는 것은 당연히 막아야겠지만 이번 위기를 오히려 남북대화 재개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기자만의 판단은 아닐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 국방비는 2012년 대비 4.2% 증액된 34조3453억원이다. 어림잡아 미화로 310억달러가 넘는 규모다. 남북협력 최후의 보루인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돼 국지전이라도 발발할 경우 '코리아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될 것은 불문가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군정청장을 지낸 루시어스 클레이 장군은 소련이 서베를린을 봉쇄한 직후 "우리는 체코슬로바키아를 소련에 빼앗겼다. 베를린을 빼앗기면 다음 차례는 서부 독일이다. 유럽을 공산주의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현재의 위치에서 한 발도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연설로 베를린을 지키겠다는 미국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 주었다.

한반도 평화의 상징 개성공단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정경부장 (medialyt@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김건희 문자 읽씹' 논란 한동훈 십자포화…전당대회 변수 될까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무시했다는 '읽씹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 후보가 5일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냈으나 당대표 후보들은 해명 및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한동훈(왼쪽부터)-윤상현-원희룡-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 경선 서약식'에 참석해 있다. 2024.07.05 pangbin@newspim.com 김규완 CBS 논설실장은 전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김 여사가 명품백 수수 문제로 당정이 갈등하던 1월 중순께 한 후보에게 '대국민 사과' 의향을 밝히는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이 취재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했다며 공개한 문자에는 김 여사가 '제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부담을 드려 송구하다.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실장은 "김 여사가 (한 후보로부터 답변을 못 받자) 굉장히 모욕을 느꼈고, 윤 대통령까지 크게 격노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 캠프는 공식 입장을 통해 당시 문자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CBS 라디오에서 방송한 '재구성'됐다는 문자 내용은 사실과 다름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한 후보 역시 5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문자) 내용이 조금 다르다"며 "집권당의 비상대책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이어 "총선 기간 대통령실과 공적인 통로를 통해서 소통했고, 당시 국민 걱정을 덜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 여러 차례 전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대표 선거 경쟁자인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일제히 한 후보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나 후보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가 상당히 정치적으로 미숙한 판단을 했다고 보고, 결국 총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슈를 독단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이에 대해 충분히 사과하고 왜 이런 판단을 했는지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원 후보도 "영부인이 사과 이상의 조치도 당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하겠다는 것을 왜 독단적으로 뭉갰는지에 대해서 (한 후보의) 책임 있는 답변을 바라고 있다"며 "영부인의 사과 의사를 묵살하면서 결국 불리한 선거의 여건을 반전시키고 변곡점 만들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를 놓침으로써, 선거를 망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됐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 역시 페이스북에 "이런 신뢰관계로 어떻게 여당의 당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겠냐"며 "검사장 시절에는 검찰총장의 부인이던 김건희 여사와 332차례 카카오톡을 주고받은 것이 세간의 화제가 된 것을 생각하면 다소 난데없는 태세전환"이라고 했다.  allpass@newspim.com 2024-07-05 17:10
사진
美민주당 거액 기부자들도 바이든 보이콧...디즈니家 "후원 중단"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TV토론에서 고령 리스크가 불거진 이래 대선 후보직 사퇴 압박을 받는 가운데 민주당 거액 기부자들도 '바이든 보이콧'에 나서는 분위기다. 4일(현지시간) CNBC 방송에 따르면 영화감독 및 기획자이자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공동 창업자 로이 O. 디즈니의 손녀 아비게일 디즈니는 이날 방송에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에서 사퇴할 때까지 민주당에 후원금 기부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열린 첫 TV 대선 토론에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고개를 숙인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7.02 mj72284@newspim.com 그는 "나는 바이든 (후보직이) 대체될 때까지 당에 대한 모든 기부를 중단할 생각"이라며 "이것은 현실적인 선택이다. 바이든은 좋은 사람이고 국가를 훌륭하게 섬겼지만, 위험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바이든이 물러나지 않으면 민주당은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다. 나는 이것을 절대적으로 확신한다"며 "패배에 대한 결과는 진정으로 끔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비게일 디즈니는 오랜 민주당 후원자다. 미 연방선거위원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그는 4월 제인 폰다 기후 정치활동위원회(PAC)에 5만 달러(약 6890만 원)를 기부했고, 이 중 3만 5000달러가 오는 11월 상·하원 선거에 출마하는 민주당 의원들 선거 자금으로 유입됐다. 디즈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을 대체하는 데 흠이 없는 대안 후보라며 "우리는 훌륭한 부통령을 두고 있다. 민주당이 그를 중심으로 뭉칠 방법을 찾는다면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큰 격차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보이콧을 선언한 후원자는 디즈니뿐이 아니다. 기디언 스타인 모리아 펀드 회장도 계획했던 350만 달러 민주당 후원을 보류했으며, 실리콘밸리의 정신과 의사이자 자선사업가 칼라 저벳슨도 후원 일시 중단을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벳슨은 미국 민주당 후원 '큰 손' 50인 안에 드는 인물로 미 정치자금 감시 단체 오픈시크릿츠에 따르면 그가 올해 민주당에 기부한 금액은 500만 달러가 넘는다. 올해 선거 캠페인 기간에만 20만 달러를 바이든 캠프 모금 조직인 '바이든 빅토리 펀드'에 후원했다. 2020년에는 300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wonjc6@newspim.com  2024-07-05 10:11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