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한국 잠재성장률 하락 극복 위한 처방 주문
박근혜 정부가 오는 6월 4일 출범 100일을 맞는다. 지난 2월 25일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은 제1 국정기조로 경제부흥을 내걸고 일자리 창출과 사회양극화 극복을 위해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경제정책의 기본방향으로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출범한 일본의 아베 정부가 대규모 양적완화와 엔저 등 경기부양책을 펴면서 세계경제뿐만 아니라 한국경제 전반에 커다란 변동성을 촉발시키고 있다. 올해 창간 10주년을 맞은 뉴스핌은 박근혜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근혜노믹스′와 ′아베노믹스′의 현황과 성과를 진단하고 한국경제의 위험과 기회,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註]
[뉴스핌=이은지 김사헌 기자] "일본은 재정 및 통화정책 상의 부양책을 통해 2012년 경기침체에서 강력하게 회복했다. 한국 경제는 2012년에 취약해진 수출 성장률이 기업 투자를 줄이면서 둔화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9일 제출한 최신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의 진단이다.
아베노믹스를 위시한 일본 경제의 공격적 행보가 2013년 초반 빠른 경제 회복세로 드러나자, 일각에서는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15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앞지르게 됐다며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과 비교할 때 1.5%에 그친 반면 일본의 성장률은 3.5%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1분기 경제 성장률이 아닌 올해 연말까지의 국제기구 공식 경제 전망을 놓고 비교해 보면 '성장률 역전'에 대한 우려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
이보다는 OECD 평가 기준으로 2010년 기준 4%로 측정되던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계속 낮아지는 것이 문제다. 한국은행은 현재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약 3.5% 내외가 될 것으로 본다. 일본은 잠재성장률을 1%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어, 길게 볼 때 한국과 일본의 잠재성장률이 점차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
때마침 들려온 소식은 불편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22위로 3년째 제자리를 머물렀지만, 일본은 27위에서 24위로 3계단 껑충 뛰어올랐다. 중국이 2계단 오른 21위로 한국을 추월했다. 특히 일본은 내수경제 면에서 5위를 기록, 무려 14계단이나 뛰었다.
우리나라는 교역과 고용, 공공재정과 기술과학 인프라는 우수했으나 물가, 생산효율성, 경영활동, 기업관련 범규, 사회적 여건 면에서 취약했다. IMD는 우리나라에 ▲가계부채 완화 ▲실업률 관리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 ▲재정 건정성 강화 ▲낮은 물가 ▲맞춤형 복지제도를 통한 저·중소득 가구 지원 ▲북한 위협에 대비한 경제체질 강화 등의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 일본 3% 성장 전망? OECD·IMF는 1% 중반 성장 예상
일본은행(BOJ)이 지난 4월 발표한 반기 경제물가전망보고서를 보면 일본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당초 2.3%에서 2.9%로 상향 조정됐다. 물가 전망은 0.4%에서 0.7%로 높아졌다.
그러나 이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제시한 전망치와는 다소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 일본은행의 경제전망은 3월 말을 기말로 보는 회계연도 기준이다. 게다가 일본은행은 잠재성장률도 위기 이후 추세를 써서 0.5%라는 낮은 수치를 제시한다. 장기 추세로 보면 일본의 잠재성장률은 0.8%~1% 수준이다. OECD도 최신 보고에서 3/4퍼센트(0.75%)로 측정했다.
지난 4월 최신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IMF는 올해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1.6%, 내년에는 1.4%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당초 수치보다 각각 0.4%포인트, 0.2%포인트 상향 조정된 것이지만 일본은행이 제시한 회계연도 성장률 전망치 3%와 비교하기 어렵다.
※출처: 국제통화기금(IMF), 한국은행, 일본은행. 뉴스핌 |
일본 경제는 대지진과 원전사고 이후 공공 경제재건 정책의 영향이 아직 남아 있고, 재정과 통화정책 상의 부양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데다,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는 소비세율 인상을 앞둔 소비지출 일시 급증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올해 성장률을 부양하던 요인들 중 공공 재건 지출은 점차 줄어들고 재정건전화 추진으로 인해 긴축이 예상되는 데다 소비세율 인상 이후 급격한 소비 감소세로 인해 내년에는 다시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행도 다음 회계연도 성장률은 1% 대로 제시하고 있다.
OECD는 일본 경제의 장기전망에 대해 "아베 정부의 세 번째 화살인 신 성장정책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이 예측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6%다. OECD 역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3.1%에서 2.6%로 낮춰잡았다. 내년에는 4.0%로 성장률이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 수치 역시 당초 제시한 4.4%보다 하향조정한 것이다.
무엇보다 수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경는 대외경제의 회복과 교역 증가가 관건이지만, 세계경제 전망이 후퇴하고 있어 영향을 받았다. OECD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1월의 3.4%에서 3.1%로 낮췄다. 이에 따라 한국의 수출 증가율 전망치가 올해 8.8%에서 5.6%로, 내년은 12.9%에서 8.1%로 각각 내려갔다
또 가계가처분소득의 164%에 이르는 부채가 민간소비을 억제하고 있어 부담이라는 지적도 곁들였다.
앞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제시했다. IMF가 전망한 수치는 2.8%다.
국제기구나 신평사가 발표한 한국경제 전망은 모두 낮아졌지만 여전히 일본의 1% 대 성장에 비해서는 높은 것이다.
문제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는 데 있다.
OECD는 앞서 지난해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생산성 증가 속도 둔화 등의 영향으로 잠재성장률이 앞으로도 더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현오석 기획재정부 현 장관이 당시 원장으로 있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30년 잠재성장률이 2% 아래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출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경제전망, 2013년, 뉴스핌 |
한편, 일본 경제는 아베노믹스의 성과에 달려있는 데 이 정책의 성공 여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우선 지난달 발표된 1분기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예상외 큰 폭으로 선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아베노믹스의 효과로 볼 수 있는지와 관련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다. 지난달에야 발표된 완화책이 1분기 GDP 성장률에 큰 기여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인 것.
증시를 비롯한 경기체감지수가 극적으로 개선됐지만 이것이 실질적인 경제회복세와 연결될는지는 미지수라는 우려도 있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며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지만 고용 확대와 임금 상승으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는 데다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등 주요 거시 경제 지표 역시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
영국의 유력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8일자 최신호에서 2년 내 통화 공급량을 2배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아베의 통화 완화책이 주가를 가파른 상승세로 이끄는 데 성공했다면서도, 통화정책을 경제적 성과와 연결하는 '전환 장치'가 아직은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내에서도 물가 상승이 성장과 직결되지 않을 경우 실질 소득을 갉아먹고 공공의 안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가장 당면한 문제는 일본의 막대한 국가 부채 문제다.
일본의 국가 부채가 GDP 대비 240%대인 점을 고려해 보면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추가 이자 부담액만 GDP의 2.4%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본의 국채금리에 아베노믹스의 성패가 달렸다는 의견도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지난주 일본 국채(JGB)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근 1년 만에 처음으로 1.0%대를 돌파했다. 지난달 일본은행이 양적 완화 조치를 발표한 하루 뒤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사상 최저치인 0.315%까지 밀려난 것과 크게 대비되는 행보다.
지난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국채 금리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발언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일본 국채 금리는 27일 오후 0.830%를 기록하며 다소 안정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일본 국채 금리가 언제건 또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OECD는 지난 10년간 0.75%에 그친 일본의 명목 GDP 성장률을 생산성 증가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통해 대폭 끌어올려야만 과도한 공공부채 문제도 풀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아베노믹스의 신 성장전략이 관건이며, 여기서는 대지진이 발생한 동북 지역의 경험을 살려 농업부문 구조개혁 모델로 삼을 것과 양자 및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에 적극 가담해 경제 체질을 바꾸라고 조언했다.
OECD는 한국과 일본 모두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과 고령인구의 경제활동 참가를 높이는 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또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즉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개선하는 등 불평등과 상대적 빈곤 축소를 통한 사회적통합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 역시 양국에 대한 공통 권고사항이다.
[뉴스핌 Newspim] 이은지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