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C,예비판정 결과 뒤집고 삼성 손들어줘
[뉴스핌=김양섭 기자]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결은 예상했던 시나리오중 가장 파격적인 결과다. ITC가 예비판정 결과를 뒤집은 것도 상당히 이례적일 뿐 아니라 무소불위의 특허 공격으로 관련업계를 벌벌 떨게 했던 애플에게 굴욕적인 결과를 안겨준 셈이 됐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공격을 받으면서 강해졌다. 이건희 회장의 강조해왔던 '메기론'이 또 한번 입증된 것이다.
미국 ITC는 4일(현지시간) 애플의 제품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에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한 기술은 삼성전자의 통신관련 기술 표준(348특허)이다. 이 특허는 3G 무선 통신 관련 특허로 제어정보 신호전송의 오류를 감소하기 위해 신호를 부호화하는 기술이다.
애플이 디자인 등으로 특허 공격을 해오자 삼성전자가 사실상 맞대응 성격으로 통신 관련 기술 특허 공격을 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이 남아 있긴 하지만 애플에게 수입금지가 내려질 수 도 있는 판결이다. 수입금지 조치가 나오더라도 구형제품들에 한정돼 사실상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지만 "애플이 특허소송에서 졌다"는 선언적인 의미는 파장이 막대하다. 애플의 강력한 무기중에 하나인 '특허 소송'에 제동이 걸리는 사건이기도 하다. 이같은 파장때문에 ITC도 상당히 신중했다. ITC는 삼성의 요청을 받아들여 재심사를 하기로 결정한 뒤 무려 5번이나 최종 판결 일정을 보류해왔다.
이번 판정은 삼성이 수년간 애플과 소송을 벌이면서 특허 관리를 강화해온 데 따른 결실로 여겨진다. 삼성은 애플의 공격으로 강해졌다. 이건희 회장이 강조해온 '메기론'이 또 한번 입증된 결과로 해석된다. 메기론은 포식자인 메기를 미꾸라지 무리 속에 함께 넣어두면 미꾸라지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치면서 더욱 강하고 튼튼하게 자란다는 것이다. 외부의 유능한 인재들을 투입하면서 경쟁을 유발시켜 조직 역량을 강화시킨다는 것이 '메기론'의 핵심이다. 대외적으로는 애플과 같은 경쟁사가 '메기' 역할을 한다.
수년간 애플과 특허 싸움을 하면서 삼성은 특허에 대한 투자를 대폭 강화해왔다. 삼성은 지난 3월 2천500만달러(한화 약 227억원)을 투자해 미국 워싱턴 DC에 특허인수 전문기업 ‘인텔렉츄어 키스톤 테크놀로지(IKT)’를 설립했다. 변리사 채용도 대폭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변리사 채용에 나선 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4차례에 걸쳐 변리사를 채용했다. 지난 2005년 250명 수준이던 특허 관련 인력은 지난해 말에는 5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해 전세계에서 출원한 특허는 1만8139건에 달한다. 특히 미국시장에서는 5,081건의 특허를 등록, 지난 2006년부터 7년 연속으로 IBM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2007년 2,725건이던 미국 특허는 2008년 3,515건, 2009년 3,611건, 2010년 4,551건, 2011년 4,894건, 그리고 지난 해 5,081건으로 해마다 증가세를 이어왔다.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