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창출 넘어 사람 · 사회와 함께 번영"
[뉴스핌=이강혁 기자] 저격수의 쓴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삼성의 변화가 놀랍다.
삼성 사장단이 지난 17일 재벌개혁론자이자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에게 강연을 듣자, 재계는 대체적으로 이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일종의 '쇼'라는 폄훼의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진의야 어떻든 김 소장을 초청해 강연을 기획한다는 것은 불과 1~2년전만해도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사실 삼성의 최근 행보를 보면 파격적인 변신이라는 말은 크게 낯설지 않다.
삼성의 사장들이 반팔차림으로 출근하는 모습은 애교로 보더라도, 이윤창출의 포식자적 입장에 있는 삼성이 경쟁기업과 협력의 손을 맞잡는 일련의 행보는 분명 이례적이다.
짓밟아야 살아남는 글로벌 무한경쟁 속에서 뒤처지는 경쟁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공생의 시도 역시 삼성의 최근 변신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이다.
실제 샤프·팬택에 대한 지분 투자, 유휴 특허 대여, SK하이닉스와의 특허 공유 및 모바일D램 대량 구매 등 일련의 행보가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사업상 필요에 따른 전략적 선택의 측면이 없지 않지만 경쟁자들과의 공생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현안들인 셈이다.
특히 수조원의 뭉칫돈을 들여 당장의 이윤으로 돌아오지 않을 교육과 의료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모습은 삼성이 수동적 상생에서 적극적인 공생의 주체로 거듭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나는 부분이다.
때문에 일부 삼성 전문가들은 큰 틀의 CSV(공유가치창출) 관점에서 진정한 초일류기업이 되기 위한 한 단계 높은 질주를 시작했다고 보기도 한다.
이와 관련, 송재용 서울대 교수는 삼성의 향후 과제로 '공생 비즈니스 모델'을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의 이런 움직임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그는 지난달 7일 신경영 20주년을 맞아 '질(質)에서 격(格)으로'라는 또 다른 신경영 화두를 던진 바 있다.
당시 이 회장은 "개인과 조직, 기업을 둘러싼 모든 벽이 사라지고 경쟁과 협력이 자유로운 사회, 발상 하나로 세상이 바뀌는 시대가 됐다"며 '품격경영'의 돌입을 선언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양에서 질로 대전환을 이루었듯이 이제부터는 질을 넘어 제품과 서비스, 사업의 품격과 가치를 높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이 삼성만의 이윤창출을 넘어 사람, 사회와 함께 가며 영속적으로 번영하고자 하는 바람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삼성의 파격 변신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국내 최대 기업이자 글로벌 기업 생태계의 한 축을 움직이는 삼성이 유례없는 변화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삼성이 얼마나, 어떻게 변신할 수 있을까. 삼성을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은 또 다른 기대감을 갖게 한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