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유실·폐기 가능성 제기 vs 민주, 아직 못찾았을 것
[뉴스핌=정탁윤 기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른바 'NLL 포기발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록 열람작업이 회담록이 '실종'되며 또 다른 정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회담록이 국가기록원에 없다는 점을 기정사실화하고 검찰 수사의뢰를 검토하는 반면, 민주당은 '아직' 못 찾은 것일 수 있기 때문에 좀더 기다려보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앞서 여야 열람위원들은 국가기록원을 방문해 7개의 검색어(‘NLL’과 ‘북방한계선’ ‘남북정상회담’ ‘등거리·등면적’ ‘군사경계선’ ‘남북국방장관회담’ ‘장성급회담’)를 입력해 확인했지만 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은 나오지 않았다.
국가기록원은 지난 18일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로부터 받은 대통령지정기록물 목록에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없었다고 밝혔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이 재가(裁可)해 분류한 대통령지정기록물 목록에 정상회담 회의록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당시 청와대가 문서관리 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에 회의록을 저장하지 않았거나, 저장된 회의록을 삭제한 뒤 목록을 작성해 국가기록원에 넘겼을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현재로선 대화록 자체가 실종된 상태다. 이에 따라 대화록이 유실됐거나 폐기됐느냐, 아니면 국가기록원 어디에 존재하는 것을 찾아내지 못한 것이냐를 두고 구구한 억측들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권 일각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예 대화록을 파기했거나 퇴임 뒤 사저가 있는 경남 김해의 봉하마을로 가져갔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과 참여정부 당시 인사 들은 이명박 정부의 폐기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또 다른 정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 국가기록원에서 여야 열람위원들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을 열람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19일 오전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모든 정황을 종합해볼 때 국가기록원에 대화록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만약 대화록 없는 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사초(史草)가 없어진 국기문란의 중대한 사태"라고 비판했다.
최 원내대표는 또 "민주당이 마치 이명박 정부가 대화록을 폐기한 듯 몰아가고 있는데 대통령기록물이 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그대로 이관됐다면 기록물의 유실 및 삭제는 있을 수 없고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국가기록원측의 설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대화록)이 함부로 유출·가공되고 대선 때 낭독되고, 또 정보기관이 사본을 공개한 것만 해도 어처구니없다"면서 "정본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찾을 수 없다면 이는 또 다른 차원의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예단과 억측이 아니라 대통령기록원의 원본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국가기록원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아직까지 확인 못한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여야는 현재 전문가들을 투입해 회담록을 찾기 위한 자료 검색에 나서기로 했다. 여야는 지난 18일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각각 의원 2명과 전문가 2명씩을 선정해 22일까지 추가 검색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새누리당 열람위원 대표인 황진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주요당직자회의에 참석해 "여야 국회의원 2명, 전문가 2명이 오늘 국가기록원에 갈 예정"이라며 "몇시에 만나서 가겠다는 것은 합의가 안됐지만 준비되는 대로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의원은 이어 "오늘과 주말을 기해 (대화록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22일 월요일에 그 결과를 보고드리게 될 것이다. 그 전까지는 다 찾아서 국민들의 걱정을 해소시켰으면 좋겠다는 게 희망"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측에서는 황진하·조명철 의원을, 민주당 측에서는 노무현 청와대에서 민정·인사수석을 지낸 전해철·박남춘 의원을 각각 투입하기로 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