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단독 열람시도는 폭거" vs 야 "즉시 열람 촉구"
[뉴스핌=정탁윤 기자] 2007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열람위원들이 국가기록원에서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발견하지 못해 이른바 '사초 실종'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여야는 이제 정상회담 사전·사후자료 열람을 놓고 '2라운드' 공방을 시작했다.
새누리당은 대화록 원본 없이 사전준비·사후이행 문건만 열람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사전·사후 문건을 통해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23일 오전 단독으로 정상회담 사전·사후자료 열람을 시도했으나 새누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민주당 열람단장인 우윤근 의원은 "열람실 보안장치를 관리하는 최경환 국회 운영위원장에게 열람 요청서를 제출했으나 여야 열람단장 간 협의가 안됐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애초 민주당 위원들은 새누리당 측 위원들이 사전·사후자료 열람에 동의하지 않자 이날 오전 해당 자료를 보관 중인 국회 운영위 소회의실을 방문, 단독 열람을 시도하려 했다. 그러나 위원들 사이에서 무리하게 열람을 강행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나옴에 따라 운영위원장실을 방문해 열람 요청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최경환 운영위원장은 "여야 열람위원 단장 간 충분한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양당 수석부대표들에게도 협의를 하도록 하겠다"고 답한 상황이다.
▲ 민주당 우윤근 간사와 열람위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진정구 운영위 수석전문위원에게 남북정상회담 자료 단독열람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박민수(왼쪽부터), 박범계, 전해철 의원, 진정구 수석전문위원, 우윤근 간사, 박남춘 의원. <사진=뉴시스> |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이 같은 '단독' 열람 시도에 대해 '반 의회적 폭거'라고 규정,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 대변인은 이날 "민주당의 부속서류 단독열람 시도는 사초폐기에 대한 책임을 돌리려는 전형적인 물타기 전술이며, 반의회적 폭거"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또 "자료열람 문제는 추후 양당 수석과 양당 열람위원단장간 협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분명히 재확인했다"며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는 민주당은 정치권 일각에서 사초폐기 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민주당은 이날 열람 실패를 두고 "역사적 진실 규명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새누리당과 최경환 운영위원장을 비판하며 "'NLL 논란'의 종식을 위해서라도 사전·사후 자료 열람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열람 단장인 우윤근 위원은 "국회에서 의결한 대화록 열람 주문을 보면 2항(부속문서)을 열람하기 위해 1항(대화록)이 꼭 있어야 한다는 제한은 없다"며 부속자료의 즉시열람을 촉구했다.
김관영 수석대변인도 "이미 대다수의 국민들은 노무현대통령이 NLL 포기발언을 한 것으로 믿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이런 국민들과 함께 할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이미 국회에 도착한 정상회담 사전준비 문서와 사후이행 문서 등 관련문서에 대한 열람요구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 문재인 "NLL 논란 끝내자" vs 새누리 "회의록 부재 사과 부터"
민주당 문재인 의원도 이날 성명을 내고 "회의록 부재와 관련 없이 이제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을 끝내자"고 밝혔다.
문 의원은 "대화록 유무 논란으로 인해 문제의 본질이 가려져서는 안 된다"며 "국회가 국가기록원의 기록을 열람하려 한 목적은 NLL 논란을 조기에 종결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의원은 '대화록 실종' 진실규명 방법에 대해서는 2007년도 정상회담 관련 사전준비문서와 사후이행문서 등 현재 국가기록원이 국회에 제출해놓은 자료들의 열람을 주장했다.
그는 새누리당에 대해 "대화록이 없다고 하는 상황의 규명은 여야가 별도로 논의하면 될 일"이라며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에 의하더라도 NLL포기가 아니라는 것이 다수 국민의 의견이다. 열람 가능한 기록물까지 살펴보면 진실이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남북정상회담 전후의 기록들을 열람해 NLL 논란을 끝내자는 문 의원의 주장에 대해 "문 의원이 회의록 부재를 알고 있었는지 먼저 답하는 게 순리"라고 지적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 의원이 국민적 관심사인 회의록 부재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어 안타깝고 실망스럽다"며 "특히 회의록 부재에 대해 몰랐다면 검찰 수사로 밝히자고 해야 하고, 알고 있었다면 국민들께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수석부대표는 이어 "문 의원이 국가기록원의 회의록 공개를 주장할 당시 열람 결과에 따라 정치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지만 오늘 성명에서는 그런 호기를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태흠 대변인도 "오늘 문재인 의원의 발언은 뻔뻔함과 무책임의 극치"라며 "남북대화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역사적 기록인 사초의 폐기에 대한 입장과 사과가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