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중순 CJ건설 부터 사업재정비 전망
[뉴스핌=이강혁 기자] 이재현 회장의 구속 사태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CJ그룹이 비상장 계열사의 사업재정비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하계휴가철이 마무리되는 다음달 중순 CJ건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업재정비 작업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그룹 주변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 부재에 따라 손경식 회장, 이미경 부회장 등 그룹 경영진 5명으로 구성된 경영위원회는 이달 말까지 각 계열사별 사업보고를 받는다. 하반기 각종 사업에 대한 차질을 최소화하면서 미래 성장원을 발굴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이와 관련, 경영위원회는 사업보고를 바탕으로 다음달 중순께부터 그룹 계열사 사업재정비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수사로 드러난 일부 계열사의 자금관리 문제를 해소하면서 그룹의 중장기 전략을 새롭게 가져가기 위해서는 재정비 작업이 필수라고 보기 때문이다.
더구나 검찰 수사와 더불어 국세청까지 CJ그룹 각종 계열사를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회장의 경영공백은 생각보다 더 길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경영위원회의 위기감도 깔려 있다. 사업차질이 그만큼 곳곳에서 불거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CJ그룹은 이런 연장선에서 지난 1일 미래전략실을 신설하고 보스턴컨설팅그룹(BCG)출신 박성훈(41)씨를 미래전략실장(부사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그룹 주변에서는 CJ건설이 그룹 사업재정비 작업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주회사인 CJ(주)가 99.92%의 지분율로 최대주주인데다, 그룹 내 매출 의존도가 약 70%에 달해 사업조정에 대한 요구가 높았기 때문이다.
특히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건설경기와 수익성이 떨어지는 골프장 사업 운영 등은 이 회장 구속사태 이전부터도 고민이 깊었던 현안이다. 이 회장은 구속 이전인 지난 3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핵심 경영진을 그룹으로 소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이 CJ건설을 만든 것은 1995년으로, 그동안 그룹 계열사가 발주하는 공장, 물류단지, 오피스 등을 기반으로 성장시켜 왔다. 지난해 매출 2989억여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당기순손실도 344억여원에 달했다. 2010년 이후 매년 손실이 증가하는 추세다.
CJ건설은 그나마 그룹의 공사라는 안정적인 영업기반을 확보하면서 일반 건설업체에 비해 리스크 관리가 잘되고 있던 곳으로 꼽힌다. 그러나 그룹 매출이 70%에 달하면서 일감몰아주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단적으로 지난 7월 초부터 시작된 일감몰아주기 과세에서도 최대주주인 CJ(주)가 이 회장이 42.3%의 지분율로 대주주라는 점에서 과세대상 여부가 국세청 주변의 관심사였다.
제주도와 경기도 여주에 운영 중인 나인브릿지 골프장 사업도 수익성 악화 문제가 그룹 내부에서 우려를 키웠던 부분이다. 제주 나인브릿지나 여주 해슬리나인브릿지 모두 회원제로 운영되면서 초기 비용은 회수했다고 하지만 상당수 회원이 그룹 계열사인데다 내장객 역시 그룹 계열사 임직원이 대다수인 상황이다.
CJ건설이 5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동부산관광단지 테마파크 건립도 수년째 속도가 나질 않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에 버금가는 리조트 건설을 꿈꿨던 이 회장이 야심차게 시작했던 사업이다.
그러나 상가 분양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자금확보는 현재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당초 CJ가 단독개발하려던 이곳은 현재 부산도시공사와 공동개발로 전환된 바 있다. 하지만 자본금을 30억원에서 750억원으로 증액하기로 양측이 약속했지만 여전히 이행되지 못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더구나 테마파크 부지를 50년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CJ 입장에서는 사업을 포기할 수도 없어 고민이 깊다. 그룹 경영위원회는 다음달 초 이 사업에 대한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룹 사정에 밝은 한 재계 관계자는 "CJ건설의 재정비가 시작되면 이후 70여개 비상장법인 상당수의 재정비 작업이 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CJ그룹 측은 "CJ건설 운영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사업재정비 등에 대해서는 어떤 지침도 없는 상태"라고 일축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