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들은 스위스 최대 은행 UBS를 가장 많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함께 조세피난처 유령회사 설립을 자문하고 중개한 이른바 마스터클라이언트(설립 중개업체 또는 중개인)를 분석한 결과 UBS 싱가포르 지점과 홍콩 지점이 총 31곳의 페이퍼컴퍼니를 중개했다고 9일 밝혔다.
UBS를 통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람들은 한진해운 최은영 회장, OCI 이수영 회장, 박효상 갑을오토텍 대표 등 재계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이어 홍콩에 있는 ‘컴퍼니 킷’이라는 역외법인 설립 전문업체가 모두 29개의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중개해 2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독일 은행 도이체 방크와 동남아 최대은행 DBS를 통해서도 각각 8개와 7개의 페이퍼컴퍼니가 설립된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한국인의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설립은 2007년과 2008년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동안에만 108개의 페이퍼 컴퍼니가 생겼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에, 전체의 30%에 이르는 유령회사가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이들 대형 투자 은행들은 고객의 존재를 철저히 숨기는 수법으로 노미니 디렉터(Nominee Director) 즉 차명 이사를 내세운 페이퍼컴퍼니의 비밀계좌도 만들어 준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것이 ‘EXECORP’으로 이사를 뜻하는 ‘EXECUTIVE’와 회사를 뜻하는 ‘CORPORATION’을 합친 말이다. 이렇게 차명 이사를 내세우고, 대신 계좌 인출권은 자신들만이 독점 행사한다는 이면 결의서를 작성해 은행에 제출하는 등 자신의 존재를 감추는 방식을 취했다.
한국인이 만든 페이퍼컴퍼니 369개 가운데, 이런 식으로 차명주주와 차명이사를 내세운 곳은 50곳에 달한다. 이런 차명 서비스는 해당 은행 측과 사전 협의가 없다면 사실상 불가능한 약정이라는 평가다.
뉴스타파는 “역외 탈세의 경우, 기술적 지원을 해주는 은행과 로펌, 세무 법인 등에도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