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윤선 기자]중국 라면 업계의 대표 업체인 퉁이(統一)가 라면사업에서 적자를 내는 등 올해들어 중국 라면 업계의 불황이 짙어지고 있다.
20일 중국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는 상당수의 업계 관계자들이 올해 중국 라면 시장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라면 업계의 전반적인 성장세 둔화 속에서 업체들이 악화된 경영 상황을 개선하고자 잇따라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경쟁이 격화돼 중국 라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라면 시장의 성장 둔화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라며, 대체로 업계 혁신 능력이 부족한 것이 라면 업계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퉁이의 올해 상반기 영업 실적이 공개되면서, 퉁이가 2009년과 2010년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라면 사업에 적자를 내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올해 상반기 퉁이 그룹은 라면 사업에서 6031만 위안(약 11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2010년 상반기 적자 규모 1256만 위안(약 23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시장 조사기관인 AC닐슨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라면 업계의 매출량은 전년 동기대비 0.5%, 매출액은 전년 대비 4.5% 증가에 그쳐, 라면 업계 성장 둔화세가 뚜렷하고 경쟁이 격화되는 양상을 띄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2005~2011년 7년 동안 중국 라면 매출량은 480억개에서 500억개로 고작 20억개가 증가한데 그쳤다며, 이는 라면 업계 성장 초기의 연간 20% 성장률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이에 한 업계 전문가는 "중국 라면 업계의 심각한 상품 동질화 현상을 비롯한 전반적인 혁신력 부재가 성장성 악화의 주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라면 업계에서 너도나도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는 상품 동질화 현상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일례로 지난 2008년 하반기 퉁이가 라오탄쏸차이라면(老壇酸菜面, 쏸차이: 중국식 절임배추)을 출시해 대히트를 치자, 2010년 경쟁사인 바이샹(白象)과 캉스푸(康師傅)도 잇따라 쏸차이 라면을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라면 업계의 생산 비용 증가와 판매량 감소로 인해 향후 가격대가 2.5위안 이상의 중고급 라면 시장이 업체간 새로운 경쟁 분야로 떠오를 것으로 점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식품 안전과 소비자 건강을 고려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향후 라면 업계가 지향해야 할 목표라고 강조하고 있다. 얼마전 중국 국영방송 CCTV를 통해 중국 상당수 라면 제품에서 25가지의 첨가제가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오는 한편, 현재 중국 라면 제품 대부분이 기름에 튀긴 라면으로 소비자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름에 튀기지 않은 생면, 중의약재(한약재)가 첨가된 건강 라면 등이 향후 중국 라면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보편적인 전망이다.
한편 중국 라면 업계의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 농심, 일본의 닛신 라면 등 외자 업체들도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라면 시장의 90%를 로컬 업체가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자 업체들은 나머지 10% 점유율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AC닐슨이 지난 3월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캉스푸가 중국 라면 시장 매출량과 매출액 중 각각 45.2%와 56.7%를 차지해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퉁이가 시장점유율 16.9%, 바이샹과 진마이랑(今麥郎)이 각각 12%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중국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인의 연간 라면 소비량이 1인당 30여개로 라면 시장이 발달한 일본, 한국 등 국가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아 향후 시장 발전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중국 라면 업계가 혁신력 제고와 더불어 산업 구조전환을 실현한다면 향후 고속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관련 보도에 따르면 2011년 중국 본토의 라면 생산량(봉지라면 기준)은 483억9000만개로 전 세계의 50%를 차지, 중국이 세계 최대 라면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해 전 세계 라면 생산량은 982억개에 달했다.
[뉴스핌 Newspim] 조윤선 기자 (yoon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