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헤지펀드를 포함한 월가의 기관 투자자들이 이른바 ‘서머스 시나리오’ 구축에 본격 착수했다.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선임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투자자들은 그의 성향과 잠재적인 정책 행보를 선제적으로 파악하는 데 분주한 움직임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최근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의 배경이 연준의 양적완화(QE) 축소보다 서머스 전 장관이 연준 의장에 오를 가능성을 반영한 결과라고 풀이하고 있다.
지난 4월 서머스 전 장관이 QE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 그를 매파에 가까운 인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오펜하이머 펀드의 크리시나 메마니 최고투자책임자는 “서머스 전 장관의 선임과 지속적인 QE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국채 수익률과 일드커브 상승은 이를 반영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메들리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매튜 벤자민 애널리스트는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벤 버냉키 의장의 후임으로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크게 번지고 있다”며 “이와 함께 그가 버냉키 의장이나 재닛 옐런 부의장과 상이한 통화정책을 시행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BNY 멜론 웰스 매니지먼트의 리오 그로브스키 최고투자책임자는 “금융시장은 옐런 부의장이 차기 의장에 오를 때 한결 안정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갈수록 서머스 전 장관의 선임이 투자자들에게 시사하는 의미를 판단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1.63%까지 밀렸던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연준의 이른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움직임에 따라 2.9% 선까지 치솟았다. 30년물 수익률 역시 3.35%에서 4.50%선까지 뛰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국채시장이 올해 37년래 최악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 따르면 이미 국채시장이 연초 이후 4.8% 하락, 1976년 이후 최대 손실을 기록했다.
BNP 파리바는 서머스 전 장관이 의장 후보에 공식 지명될 경우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50bp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준의 줄리아 코로나도 이코노미스트 역시 이 같은 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
실제로 국채 수익률이 상승할 경우 향후 2년간 GDP 성장률 전망이 0.5~0.75%포인트 하향 조정되는 한편 신규 고용 전망치 역시 35만~50만명 줄어들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는 내다보고 있다.
투자 컨설팅 업체 해밀턴 플레이스 스트래티지의 토니 프라토 대표는 “고객들이 연준 정책 향방을 놓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최근 3개월 사이 서머스의 선임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가를 묻는 고객들이 크게 늘어났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