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최태원 SK 회장이 배임·횡령 혐의 마지막 공판에서 최후 진술을 통해 “진실을 미리 밝히지 못해 후회가 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 회장은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 삼의로 진행된 최후 변론에서 “진실을 미리 밝히지 못한 과오와 오판에 상당한 회한이 있다”며 “늦었지만 바로잡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심의 진술을 항소심들어 모두 번복한 것에 대한 이야기로 보인다. 최 회장은 항소심 들어 “펀드 설립과 선입금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뒤집은 바 있다.
그는 이어 “김원홍과의 관계를 솔직히 다 말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고 그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지만 다 털어놨다”며 “저는 개인적인 목적이나 투자목적, 동생을 위해서 회사자금 펀드를 유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제가 증명할 방법이 없는지도 모르겠다”며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겠냐,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저는 펀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베넥스 펀드 이후 전 계열사의 펀드 유치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2011년 검찰 수사 당시에도 펀드 유치를 위해 해외에서 살다시피 한 일화까지 털어놨다. 그룹의 전략적 경영방침으로 펀드를 설정한 상황에서 굳이 SK그룹 펀드를 유용하는 위험을 무릅쓸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최 회장은 “이 중요한 일에 겨우 이거(451억원) 쓰려고 했겠느냐”며 “이 사건으로 인해 좌절이 많았다. 앞으로 펀드를 못할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그는 끝으로 “제가 다 겪지 못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이 남는 것은 이 사건의 실체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이 사건의 핵심인물로 평가되는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증인소환 기각에 대한 아쉬움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의 이같은 최후 진술에 재판부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재판부는 최 회장 진술 직후 “몇년 전까지만 해도 펀드 모르면 간첩이라고 했을 정도인데 기업에서 왜 펀드에 관심이 없겠나”라며 “하지만 (중요하다는) 그 펀드가 이 펀드인지, 전혀 다른 펀드인지, 실제 일부 계열사 펀드는 운영이 안되고 일부는 다른 기업에 넘어가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과 변호인 측에 SK그룹에서 출자한 베넥스펀드의 현재 운용현황, 수익현황 등의 자료를 요구했다. 이 펀드의 성격이 정상적인 펀드였는지를 직접 판단해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번 결심공판에서 모두 말했다”며 “1심의 거짓증언은 죄송하고 물의를 일으켜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공소장 변경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에 대해 징역 6년, 최 부회장에 대해 징역5년의 기존 구형량을 유지했다. 이에 대한 최 회장 형제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은 오는 27일 오후 2시에 열릴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