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에 비해 선진국 비관했던 흐름 역전" 지적도
[뉴스핌=권지언 기자]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주도의 경기 회복 기대감이 점점 피어 오르는 가운데, 주요국 국채 수익률이 중앙은행의 억제 노력을 무시하면서 낙관론을 빠르게 반영하는 모습이어서 주목된다.
앞서 미국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2018년까지 연방기금금리가 4%까지 인상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거래에 대해 '채권왕' 빌 그로스가 일침을 놓으면서 논쟁을 자아냈고, 영국 국채시장은 금리인상 시기를 심지어 공식 전망보다 2년 앞당겨 실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등 당국과 시장 사이의 균열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미국 채권왕 빌 그로스는 최근 금리선물시장과 채권시장의 금리인상 전망에 대해 과도하다면서, 단기국채를 사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권고하는 등 시장과 싸움을 걸었다.
지난 5일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이 금리를 동결하고 경기 회복세에 대한 의구심을 남겨뒀지만, 유럽과 미국의 국채 수익률은 아랑곳 않고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선진국이 지속적이고도 빠른 성장세에 돌입했다는 투자자들의 확신이 반영된 결과다.
◆ 카니, 드라기 무시한 유럽 국채시장
※출처: 블룸버그 마켓데이터 |
영국 길트채 10년물 수익률은 2년 만에 3%를 넘어섰고, 독일 10년물 수익률은 10bp 뛴 2.04%에 거래됐다. 프랑스 10년물 수익률 역시 11bp 오른 2.64%를 나타냈다.
이르면 내년 초 연준의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을 반영한 미 국채 시장에서는 2년물 수익률이 2011년 6월 이후 처음으로 0.5%를 돌파했다. 10년물 수익률도 8bp 오른 2.98%로 2년래 최고치를 찍었다.
특히 경기 회복에 대한 장밋빛 신호들은 영국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감지됐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채시장이 BOE의 금리인상 시기를 2014년 말 또는 2015년 초로 점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달 BOE가 포워드가이던스를 통해 시사한 2016년 말보다 2년이나 앞당겨진 시점이다.
BOE가 통화정책회의를 끝낸 뒤 7월 성명 내용을 재확인 하지 않은 점 역시 시장 기대감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영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감지됐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영국이 다른 유럽국들과 함께 위기국처럼 간주됐지만 이제는 경기 회복 측면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상황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앞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내놓은 보고서에서 역시 영국은 캐나다와 함께 올 하반기 성장 전망이 밝은 국가로 분류됐고, 미국과 일본보다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 바클레이즈의 집계에 의하면, ECB가 금리를 동결하고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추가적인 완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은 2015년 7월~8월 정도에 ECB가 긴축으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를 반영, 금리인상 시점을 이번 정책회의 이전보다도 수 개월 앞당긴 것으로 확인됐다.
◆ 미 금리시장은 서머스에도 주목, 긴축 예상으로 '과도'하게 기울어
BOE와 ECB가 '선제적 안내(Forward Guidance)'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장의 변화가 나타난 것에 대해 롬바르드의 그레고어 맥킨토시 국채 헤드는 "중앙은행이 금리 기대를 안정시키려고 노력하지만 시장이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채 시장 역시 이상 조짐이 감지되긴 마찬가지. 연준의 금리정책 변경을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되기도 하는 미국채 2년물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줄곧 0~0.25% 사이에 머물렀지만 최근 약 3주 만에 0.2%포인트 이상 '두 배' 오른 것이다.
최근 미국과 해외에서 나온 경제 지표들이 고무적이어서 '테이퍼링'에 이은 긴축으로의 전환 기대감이 고조된 영향도 있고, 일각에서는 통화긴축을 지지하는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의 차기 연준의장 지명 가능성을 적극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옴니베스트그룹의 탐 소와닉 부사장 겸 수석투자전략가는 "2013년 테이퍼링 개시 이후 2014년 말까지 금리인상 개시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사실상 연준의 정책금리 대리지표로 간주되는 2년물 국채 금리의 급상승은 "서머스가 차기 연준 의장이 될 경우 정책 변화가 빨라질 것이란 우려까지 반영한다"는 지적이다.
단기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2014년 중반부터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40% 이상 반영할 정도로, 한 달 전과 비교해 그 가능성을 두 배로 높게 보기 시작했다. 2014년 연말까지 금리인상 가능성은 무려 78%나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최근 선진국 경제에 대한 금융시장의 과도한 낙관은 신흥국과 극명하게 대조적이다. HSBC의 스티븐 메이저 채권분석 헤드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시장이 신흥시장에 대해 너무 과도한 기대를 가진 반면 선진국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비관론을 유지했는데, 이런 태도가 역전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HSBC 증권의 래리 다이어 수석 미 금리전략가는 "자금시장이 연준의 긴축 쪽으로 상당히 기울어져 있다"면서, "하지만 미국 경제가 최근 지표가 보여주는 것만큼 높은 수준의 성장세를 지속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채권 수익률은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로스 핌코 수석투자전략가는 이날 월간전망 보고서에서 "금융시장의 불안 장세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는 주식이 아니라 미 단기 국채"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앙은행들이 '선제적 안내' 정책을 중심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은 주식 등 위험자산 가격보다는 단기 금리 변화에 맞춰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출처: 핌코 트위터 화면 |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