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에 '유리' 가능성…변론재개 신청서 제출
[뉴스핌=양창균 강필성 기자] 최태원 SK(주) 회장의 변호인측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전일(26일) 이번 사건의 핵심증인으로 지목된 김원홍 전 SK 해운 고문이 대만에서 전격 송환된 뒤 13시간만에 항소심 재판부에 변론재개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27일 오후 2시에 예정된 항소심 재판부의 선고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7일 SK그룹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최 회장 등의 배임·횡령 혐의에 대한 선고공판이 예정된 가운데 최 회장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지평지성이 서울고법 형사4부(문용선 부장판사)에 변론재개 신청서를 냈다. 만 3년 가까이 해외에서 도피해온 김 전 고문이 지난 26일 극적으로 국내 송환됐기 때문이다.
최 회장측 변호인은 김 전 고문의 증인 소환이 향후 판결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최 회장 측 변호인은 지난 26일에만 4개의 변호인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이날에는 아예 변론재개 신청서를 제출했다.
◆ 항소심 선고 연기하나최태원 SK(주) 회장의 항소심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26일 밤 이번 사건의 핵심증인으로 지목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 전 고문은 SK그룹 펀드 자금 횡령 및 펀드 설립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지는 인물. 최 회장측 변호인에서는 수차례 김 전 고문의 역할을 강조해왔지만 사실상 증인으로 소환할 방법이 없어 결국 증인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그가 해외에서 체류한 탓에 재판 과정에서는 김 전 고문이 아닌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의 증언으로만 10차례, 80시간 이상 진행됐다.
김 전 고문의 지시를 직접 받아온 그가 사건을 가장 잘 이해했으리라는 차선책이었다. 하지만 최 회장측 변호인은 김 전 대표의 진술이 간접 증거일 뿐이고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김 전 고문의 증인채택 필요성을 제기했다.
때문에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의 핵심이 국내로 송환됐다는 점에서 적잖은 부담감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핵심 인물에 대한 증언이 없이 재판을 마무리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형사적인 문제를 다루는 만큼 항소심 재판부가 신중히 다룰 필요가 있다"며 "항소심 재판부가 최 회장측 변호인이나 SK에 휘둘리지 않고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 선고 예정대로 가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김 전 고문의 송환에도 불구하고 선고를 강행할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3일 결심 당시 “무슨 일이 있어도 27일에는 선고를 진행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실제 현재까지 재판부는 선고 일정에 대해 수정을 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재판부는 항소심 재판 초부터 김 전 고문을 증인으로 채택키로 했지만 계속해서 불발이 되자 나중에는 아예 “당장 내일 김원홍이 송환된다 해도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겠다”고 말해왔다.
물론 이는 증인으로서의 자격 문제보다는 시간적 여유 문제가 더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의 구속 만기는 오는 30일로 그 안에 판결을 내리지 못하면 유·무죄와 상관없이 석방을 해야 하는 것이다. 실형을 받은 최 회장이 항소심 일정 때문에 석방된다면 이 역시 재판부의 부담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일부 법조계에서는 재판과 관련한 모든 권한이 재판부에 있는 만큼 선고가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법조계 또 다른 관계자는 "김 전 고문의 변론재개 없이 지금까지 공판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선고를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물론 현 시점에서 이 가능성을 속단하긴 이르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 일정은 순전히 재판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니 외부에서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양창균 강필성 기자 (yang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