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받는 은행 대신해 RP 시장 진출
[뉴스핌=우동환 기자] 유력 헤지펀드 일부가 월가 대형 은행들을 대신해 RP(환매조건부채권 매매)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역시 이런 시장의 변화에 따라 비용 변화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3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업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오크-지프(Och-Ziff)와 무어 캐피털(Moor Capital) 등 주요 헤지펀드들이 RP 거래 사업 규모를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증권사인 피어폰트(Pierpont Securites) 역시 캘리포니아 지역 업체와 손을 잡고 RP시장에서 직접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헤지펀드 업계가 RP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최근 '바젤III' 등 은행권을 상대로 이른바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 상품 거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형 은행들이 RP시장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원래 당국의 규제를 벗어나는 곳을 의미하는 '그림자금융'에는 헤지펀드나 자산운용업이 포함되며, 금융 위기 이후 은행들이 자산부채 규모를 줄이는 사이에 그림자는 그 규모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도이체방크의 스티븐 아브라함 전략가는 "은행권이 이 사업에서 거리를 두는 추세가 일종의 시작이라면 이제는 비(非)은행권이 본격적인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대형 자산운용사(머니매니저) 중 큰 손들이 RP시장에서 은행권의 공백을 메워나갈 것으로 봤다.
※출처: 바클레이즈, SIFMA. 파이낸셜타임스에서 재인용 |
RP시장은 비록 금융위기에 기여하면서 규제 강화 논리의 중심에 있던 시장이지만 여전히 금융권에서 핵심적인 자금 조달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위기 이후 급격히 시장 규모가 줄었고, 최근에는 은행 자본건전성 강화라는 요인이 다시 시장 축소 요인이 되고 있다.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의 분석에 의하면 위기 전 7조 달러에 달하던 RP 시장은 그 규모가 4.5조 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바클레이즈는 자본 규제로 인해 여기서 약 10% 정도 더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헤지펀드의 RP시장 진출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보통 은행들은 수수료를 위해 기존 사업에 덧붙이는 방식으로 RP서비스를 제공했지만 헤지펀드는 은행보다는 더 높은 비용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양적완화(QE) 정책의 회수에 나서야 하는 연방준비제도조차 더 비싼 수수료에 직면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준은 QE 프로그램 축소에 RP시장을 활용할 것이란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