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강소연 기자] “죽고 싶나?” 단 한 마디로 동수(장동건)를 제압하던 살기 넘치던 준석(유오성)이 드디어 출소했다.
여전히 누군가에게 칼을 꽂아야 하고 어디서 누구의 칼날이 자신을 향할지 모르는 불안한 인생을 걷고 있다. 하지만 독기로 가득 찼던 표정에선 여유가 묻어난다. 패기 넘치던 눈빛은 아련하기까지 하다. 동수가 죽고 17년이 지난 지금, 준석은 진짜 어른이 됐다.
‘친구2’의 개봉을 하루 앞두고 영화 속 준석을 마주했다. 극중 준석이 달라진 만큼, 혹은 그 이상 배우 유오성(47)도 변해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시종일관 옅은 미소가 깔렸고 어딘가 안정감이 느껴졌다. 10년이 넘는 시간은 유오성에게도 많은 변화를 준 듯했다. 그 덕에 생각보다 훨씬 유쾌하고 진지한 대화가 이어졌다.
“지금 두근두근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배우로서 주어진 문제를 열심히 풀고 이제 제출하는 날이 온 거니까요. 시험 성적이야 좋게 나올 수도 있고 안 좋게 나올 수도 있죠. 그래도 전 열심히 풀었으니 후회는 없어요. 그리고 이제 와서 걱정하면 뭐하겠습니까(웃음).”
유오성은 ‘친구’(2001)에 이어 이번에도 부산 건달 준석을 연기했다. 영화는 동수의 살해 혐의로 복역하게 된 준석의 17년 후를 큰 틀로 잡았다. 전편의 연장 선상에서 출발해 17년 전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하지만 영화의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유오성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역시 ‘친구’와는 다르다.
“준석을 놓고 봤을 때 인생이란 건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죠. 즉 무엇을 향해 살아가고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걸 말하고 있습니다. ‘친구2’는 충동적이고 격정적인 것보다 부드러워지고 안정적인 면이 많이 투영됐어요. 표면적으로는 조직의 장악이지만 가정을 건사하고 가족을 꾸리는 한 인간으로서 준석의 로망도 그대로 드러나죠.”
사실 ‘친구2’의 개봉을 모두가 달가워하는 것은 아니다. ‘친구’ 개봉 당시부터 존재했던 ‘조폭 영화’라는 부정적 시선은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다. 하지만 유오성은 ‘친구2’가 단순한 조폭 영화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럼 어떤 영화냐고 묻자 ‘19금 성인 영화’란 답변을 내놓았다. 신선하고 솔직했다.
“청소년이 볼 영화는 아닌 거 같아요. 잔인하거나 야한 장면이 나오는 걸 떠나 영화 속 이해의 폭이 사실 십대 친구들이 이해하기에는 잘 안 와 닿죠. 어느 정도 사회 경험치가 있는, 깎여보기도 하고 성취해보기도 한 경험의 폭이 있는 사람들이 보면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지난 시간 동안 내가 어떻게 살아왔느냐 반추해볼 수도 있고요.”
돌이켜 보면 지난 2001년은 그야말로 전국이 ‘친구’ 열풍이었다. 한 극장에 스크린이 하나뿐인 단관시대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고도 약 820만 관객을 동원했다. 물론 그 여파로 곽경택 감독을 비롯한 배우 장동건, 유오성 앞에는 ‘친구’라는 불편하고도 영광스러운 수식어가 따라오게 됐다.
“2~3년은 부담이고 족쇄였죠. 그런데 지금 보면 훈장입니다. ‘친구’가 워낙 좋아서 이렇게 또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거고요. 하지만 ‘친구2’도 나름의 색깔이 분명 있습니다. ‘친구’가 순식간에 열광하는 인상적인 영화라면 ‘친구2’는 음미할 수 있는 작품이죠. 무엇보다 전 지금 배우로서 그 당시 대중이 보내준 믿음과 지지에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 믿음 덕에 여기까지 온 거죠. 배반하지 않을 정도로 해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마지막 질문을 하겠다는 말에 “제가 그렇게 많이 떠들었나요”라고 너스레를 떨며 휴대폰 시계를 확인했다. 그리고 우연히 도착해있던 메시지를 읽은 그는 활짝 미소 지었다. 단막극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선배 배우의 수상소식이 도착해있었다. 인터뷰를 끝내고 제 일인 냥 기분 좋은 미소를 보이는 유오성에게서 사람 냄새가 확 느껴졌다.
“이제는 겸손을 알 나이가 된 거 같아요. 겸손은 유능한 부분에 교만하지 않고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을 자책하는 게 아니란 거죠. 사실 전 배우를 꿈꿨던 적은 없어요. 그냥 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수단, 직업이었죠. 다만 배우 앞에 ‘어떻게?’라는 질문이 붙는다면, 계속 뚜벅뚜벅 걸어간다 말하고 싶어요. 작품이 잘돼서 남들이 ‘너 산꼭대기에 있다’고 해도, 혹은 잘 안돼서 ‘너 어쩌냐’ 해도 계속 평지를 걷는 거죠. 그렇게 뚜벅뚜벅 가면서 주어진 하루하루, 작품들 모두 선물처럼 받아드릴 겁니다(웃음).”
“우빈이요? 인성도 연기도 최고입니다.”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강소연 기자 (kang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