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정유업계가 정제마진 악화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드라이빙시즌인 3분기에도 이렇다 할 성수기를 맞지 못한데다 난방유의 성수기인 4분기에도 좀처럼 정제마진이 회복되지 않는 탓이다. 이대로 가다간 내년에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감돌고 있다.
14일 정유업계 등에 따르면 4분기 들어 정제마진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의 연료보조금 축소 움직임으로 인해 석유제품 수요가 위축되고 있고 타이트오일의 확산도 대표적 악제로 꼽힌다.
가장 근본적 원인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부진이다. 수요가 떨어지다 보니 정유업체들이 유가 상승분을 석유제품 가격에 전가시키는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상 유가 상승구간에서 정유사의 수익성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유가 상승 구간에서 수익성이 나빠지는 추세다.
이로 인해 현재 정유업계 복합정제마진은 바닥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싱가폴 복합정제마진은 4분기 들어 올해 가장 낮은 배럴당 1.0달러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 2분기 평균 3.3달러, 3분기 평균 1.8달러를 감안하면 겨울철 성수기를 앞두고 최악의 국면을 지나는 셈이다.
내년의 상황은 한층 더 안 좋아질 수도 있다. 경기회복이 미진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중국의 신증설과 미국의 타이트오일을 중심으로 한 비전통석유의 생산 확대로 인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국내 정유업계의 주요 수출지 중 하나인 동남아의 수요 감소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인도네시아가 급격한 환율 하락으로 수요가 회복되기 쉽지 않고 동남아 국가 재정악화로 연료보조금 폐지 및 축소 움직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동남아는 국내 정유사의 석유제품 수출 비중 36.9%를 차지하는 시장이다.
LIG투자증권 박영훈 애널리스트는 “인도·중국·미국의 물동량 흐름이 당분간 비우호적으로 진행되고, 이를 시장이 흡수하기 위해선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신규 설비가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라 물동량 변화가 긍정적이지 않은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석원 B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3년 하반기 들어 국내 정유사들의 휘발유 수출 물량은 감소 추세에 있고 특히 2012년 수출 비중에서 1/5 이상을 차지했던 인도네시아 수출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며 “내년 정제마진 개선 정도는 결국 인도네시아 수요 회복에 달렸다”고 전망했다.
정유업계에서도 내년 전망에 대해서는 대부분 보수적인 분위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내년 경기회복 속도에 따라 올해보다는 나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중동, 중국 등 신증설에 부정적 영향을 받게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내년은 선진국이 경기침체에 벗어나 세계 석유 수요 또한 성장할 전망”이라며 “중국이 지속적 생산설비를 증설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 기본 에너지 방침이 수출 허용치 않고 있어서 이것이 변치 않는 이상 중국의 증설이 아시아시장 공급과잉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