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대 비자금 거래에도… 당국 '깜깜이'
[뉴스핌=김선엽 기자] 삼성생명의 유명 보험설계사 Y씨가 한 자영업자의 비자금 은닉에 연루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보험사의 비과세 상품이 탈세 용도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생명보험업계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이지만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듯 정작 과세당국은 관련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세원 포착에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인쇄업체 대표 L씨 등은 20년 동안 불법 무자료 거래(세금계산서를 만들지 않고 하는 거래) 등으로 수십 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이 과정에서 세무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각종 비과세 보험에 자금을 장기간 은닉해 세탁했다고 발표했다. 또 10년 연속 전국 보험왕’에 오른 Y씨가 L씨의 200억원 상당의 150여개 보험을 독점적으로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측의 이같은 발표에 대해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도권 금융을 통해서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자소득에 대해서 비과세일 뿐이지 보험금 지급 사항에 대해서는 전부 국세청에 통보가 된다"고 말했다.
보험금의 경우 증여 및 상속과 관련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비과세 여부와 무관하게 국세청에 통보해야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 보험사들은 소득세법상의 지급명세서로 1년에 한 번씩, 상속세 및 증여세 법상의 지급명세서로 분기에 한 번씩, 국세청에 보험금 지급내역을 통보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국세청은 이같은 통보내용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0년 이상 묻어두는 보험상품의 경우 비과세이기 때문에 원천징수의 대상이 되지 않아 특별히 국세청이 들여다 볼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상속 및 증여와 관련돼 문제가 불거진 경우에만 선별적으로 조사하는 상황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수사기관에서 소관 지방청이나 세무서로 탈루 혐의에 대해 통보하면 조사 대상으로 선정한다"고 말했다.
비과세라는 점을 악용해 세무당국의 눈을 피해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아울러 여러 차명계좌를 활용할 경우 감시망을 피해갈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금융감독원 역시 이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조만간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에 대해 점검에 나갈 계획이지만 이번 긴급점검이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고객이 납입하는 보험료의 자금출처에 대해 파악할 의무도, 권리도 없는 만큼 금감원 역시 보험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자료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불법자금이 확인이 되기 어렵다"며 "해약할 때 제대로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줬는지, 보험사가 내부통제를 제대로 지켰는지 등을 살필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세청 관계자 역시 "보험사 전체를 검사할 수는 없다. 한다면 기획점검 정도인데 지금으로서는 계획이 없다"고 언급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