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금통위원 2명 교체 vs 지표 개선세
[뉴스핌=김선엽 기자] 정부와 한국은행의 힘겨루기가 1년도 안 돼서 반복될까.
기획재정부가 내년 상반기 경제정책 운용방향을 통해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피력할 것이란 일부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채권시장이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펀더멘털에 대한 판단과는 별도로 정부 압박이 또다른 시장변수로 작용할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보도내용을 반박했고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27일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단계가 전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에 대다수 시장참여자들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고 있지만, 일각에선 정부의 '간보기'가 아닌가란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금리인하 가능성에 불을 지핀 것은 지난 18일 발표된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다.
정대희·김성태 연구위원은 '최근 물가상승률에 대한 평가 및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에 그칠 것이고 내년에도 2% 안팎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한은 물가안정목표(2.5~3.5%) 하단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보고서 하나에 불과할 수 있지만 2012년 11월 발표된 KDI 보고서의 시나리오대로 올해 5월 기준금리가 내려갔던 기억을 갖고 있는 시장으로서는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제기하는 쪽에서는 박근혜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꼽고 있다.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부동산 대책 시리즈가 경기부양에 있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정부가 내수진작을 위해 다시 한 번 정책공조를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향후 몇 달 간은 금리인하 요구에 한은이 반박하는 구도가 생길듯 싶기도 하다"며 "펀더멘털 지표가 안 좋게 나오면 본격적으로 인하요구가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절대 다수는 2014년 기준금리 인상 또는 동결 만을 보고 있다. 인하를 예상하는 곳은 2곳 정도로 파악된다.
또한 현 부총리가 선을 그은 만큼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상당하다.
증권사의 한 채권 트레이더는 "지표가 분명 개선되고 있는데 물가 만을 가지고 인하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얘기 정도는 나올 수 있을지 몰라도 실제 실현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 내년 금통위원 2명 교체…'법보다 가까운 주먹', 또?
한은 총재의 임기가 4개월 남짓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또한 내수를 중심으로 한 체감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한 책임을 한은에 덮어 씌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부담이다.
내년 3월 금통위를 끝으로 김중수 총재가 물러나고 4월이면 임승태 위원도 임기가 끝이 난다.
남는 금통위원 중 문우식 위원은 확실한 매파로 분류되고 하성근 위원은 역시 또렷한 비둘기파다. 박원식 부총재는 특별히 성향을 정의내리기 어렵다. 반면 정순원 위원과 정해방 위원은 지난 4월과 5월, 금리인하를 주장했듯이 비둘기 쪽에 가깝다.
하지만 금통위원 개개인의 비둘기-매 성향과 무관하게 결국 후임 총재에 의해 기준금리의 방향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내일(28일) 열리는 금통위원과 한은 기자단 오찬도 뜻하지 않게 주목받을 전망이다.
올 초인 1월에 열렸던 금통위원 오찬에서는 하성근 금통위원이 "대외경기가 여전히 침체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금리인하의 신호탄을 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한 명의 금통위원의 의견에 불과했지만, 이번에 비슷한 상황이 재현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내일 오찬에서는 정순원 위원이 모두발언을 할 예정이다. 해프닝을 잠재울 것인지 다시 금리인하의 군불을 때울 것인지, 정 위원의 입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