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력 활용한 불공정 거래관행 집중 점검
[뉴스핌=김민정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5년 만에 공기업에 대한 직권조사에 나선다. 조사 대상에는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가스공사, 한국도로공사, 농협뿐 아니라 KT, 포스코도 포함된다.
공정위는 20일 오전 청와대 업무 보고를 통해 상위 5개 공기업집단과 KT와 포스코 등 민영화한 공기업의 독점력을 활용한 불공정 거래관행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공기업에 대한 직권조사에 나서는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5년 만이다. 2005년까지 공기업 관련 전담조직인 ‘독점관리과’를 뒀던 공정위는 이 조직의 폐지 이후 2009년 한전과 25개 지방공기업에 대한 직권조사를 마지막으로 공기업에 대한 조사를 멈췄다.
신영선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최근에는 민간 대기업의 불공정에 초점을 맞췄는데 올해는 공기업의 불공정행위 근절에도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공공기관 정상화’와 발맞춰 공기업 불공정거래 조사
공정위가 5년 만에 공기업 직권 조사에 나선 것은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과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최근 각 기관으로부터 부채감축과 방만경영 개선 계획을 제출 받았다.
정부가 부채감축과 방만경영 개선을 골자로 하는 ‘정상화’를 추진하는 것과 별도로 공정위는 공공기관이 시장에서 행하는 불공정 행위를 집중 단속할 계획이다. 특히 필수설비를 이용한 하부 경쟁시장 독점화와 자회사에 일감몰아주기, 통행세 관행, 합리적 사유에 따른 공사대금 조정 거부 등이 중점 조사대상 행위다.
가령 A공기업의 100% 자회사인 B공사의 경우 매출액의 73%가 모기업과의 내부거래에서 발생하고 이중 99%가 수의계약인 것으로 조사돼 공정위의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영선 국장은 “시장에서의 (공기업) 불공정행위를 없애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며 “자회사를 많이 세워서 부당지원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어서 중점적으로 보겠다”고 말했다.
◆ KT·포스코 등 민영화한 기업도 대상
이번 직권조사에는 KT와 포스코 등 과거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한 기업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신 국장은 “KT와 포스코는 공기업은 아니지만 민영화한 공기업도 유사 불공정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어서 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2년 민영화된 KT는 보유하고 있는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2009년부터 기업메시징 서비스 시장에 진출해 일부 고객에게 중소사업자 원가 이하로 판매함으로써 중소기업이 창출한 신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에 따르면 2006년 KT와 LG유플러스가 기업메시징시장에 진출하면서 81%에 달하던 중소기업 시장점유율이 2012년 말 17%로 급감했다.
신영선 국장은 “(적발시) 엄중제재할 계획”이라며 “제재 수준은 케이스마다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