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 우려 커져‥고령화·주택가격 하락"
[뉴스핌=우수연 기자] 차기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에 대처하는 자세와 역할에 대해 학계에서 열띤 공방이 이뤄졌다.
20일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주최한 '누가 한국은행 총재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주제 토론회에서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는 "한은의 통화정책 목표도 점진적으로 디플레이션 방지로 이전해갈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변화한 환경에서 한은 총재의 역할이 '인플레이션 파이터(Inflation fighter)'에서 '디플레이션 치유자(Deflation curer)'로 변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경제가 노령화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총수요가 둔화돼 본격적인 저성장·저물가 시대로 진입했으며 부동산 시장 역시 장기 추세적으로 하락 국면에 들어섰다고 판단했다.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동기대비) <출처:한국은행> |
윤석헌 숭실대학교 교수도 현재 우리나라 경제에서 디플레이션을 언급하는 것은 다소 성급한 감이 있지만 선제적으로 디플레이션에 대해서도 경계하는 움직임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디플레가 조금 성급한 것이 아니냐는 말씀에는 동의하지만, 한은 총재의 디플레 치유자의 역할을 선제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인플레 파이터로서의 역할만 강조할 시기는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前 금통위원)는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을 이유로 디플레이션의 가능성을 강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현재 부동산의 자산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전세가는 폭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경제의 불안정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지금 주택 가격은 떨어졌지만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전세'라는 제도가 있고 전세값은 폭등하는 상황"이라며 "4년 임기안에 (디플레이션 방어에 대해) 이야기 하시는 것은 너무 장기적인 과제를 말씀하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前 금통위원인 김대식 중앙대학교 명예교수는 신임 한은 총재에게는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가능성 모두를 열어두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가 안정이라는 규정 자체가 디플레이션도 인플레이션도 아닌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이 두 가지의 가능성을 동시에 보는 것이 한은 총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구조상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으며 차기 총재는 물가 뿐만 아니라 새로운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박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금융과 산업 등 독과점에 의한 구조적인 물가상승 요소가 있다"며 "물론 달라진 통화정책 환경으로 '디플레 치유자'의 덕목도 필요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위기가 왔을때 잘 대처를 할 수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전 금통위원), 김대식 중앙대 명예교수(전 금통위원), 전성인 홍익대 교수, 윤석헌 숭실대 교수,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원종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등이 참석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