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 최대 거점인 포크로우스크 포위·함락 위한 공세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러시아군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알래스카 회담'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도네츠크 지역에서 공세를 강화해 일부 지역을 추가로 장악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12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특히 러시아군은 이 지역 우크라이나 방어선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하고 있는 도네츠크 포크로우스크 인근에서 약 16㎞ 후방까지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크로우스크는 러시아군이 지난 2024년 초부터 점령을 위해 공격력을 집중했지만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방어에 막혀 아직 함락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동부 돈바스 지역 전체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러시아군이 포크로우스크를 장악하게 된다면 푸틴의 주장이 더욱 힘을 얻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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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키우 로이터=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우크라이나군 제58 독립기계화 보병여단 소속 BTR-4 장갑차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동북부 하르키우 지역에서 실시된 군사훈련에서 30mm ZTM-1 자동포를 쏘고 있다. 2025.08.12. ihjang67@newspim.com |
외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최근 며칠 새 도네츠크 전선에서 공세를 강화했고 상당한 전과를 올렸다.
우크라이나 전장 상황을 추적·분석하는 핀란드의 블랙버드 그룹의 군사정보 분석가 파시 파로이넨은 엑스(X·옛 트위터)에 "러시아군이 최근 3일 동안 우크라이나 방어선을 뚫고 약 16㎞를 진격했다"며 "이는 평소 느린 러시아군 진격 속도와는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공세를 막을 수 있을지 여부는 앞으로 24~48시간에 달렸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과 연계된 전쟁 감시 단체 딥스테이트(DeepState)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방어선의 빈틈으로 깊숙이 침투해 빠르게 거점을 확보하고 추가 진격을 위한 역량을 축적하고 있다"면서 "최전선의 상황이 매우 혼란스럽다"고 했다.
러시아군의 공격 전략은 도네츠크 지역의 사실상 주도(州都)로 평가받고 있는 크라마토르스크와 방어의 핵심 거점인 포크로우스크를 연결하는 축선을 돌파한 뒤, 현재 북남쪽에서 포위망을 좁히고 있는 포크로우스크를 함락하기 위해 군사력을 집중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크라마토르스크와 포크로우스크 중간에 있는 도브로필리아 방향으로 공세를 강화했다고 한다. 두 핵심 도시의 연결선을 끊어버리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서방의 군사 분석가들은 러시아군이 지난 며칠 동안 도브로필리아와 평행한 좁은 통로를 따라 약 15km를 진격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며 "도브로필리아는 예전엔 석탄 채굴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러시아군이 거의 포위한 포크로우스크 요새 북쪽의 주요 물류 허브로 변모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브로필리아가 함락된다면 크라마토르스크로 연결되는 도로가 차단되면서 러시아군은 최근 몇 달 동안 건설된 우크라이나의 요새와 방어선을 우회해 포크로우스크를 포위 공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최근 러시아군의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12일 외신 기자들에게 "도브로필리아 마을 근처의 상황이 가장 복잡하다"며 "러시아 부대가 방어선을 뚫고 10㎞ 후방까지 진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은 (중무장이나 포병 등 지원 없이) 손에 간단한 무기만 든 채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공세가 15일 미국 알래스카 미군 기지에서 열리는 트럼프·푸틴 회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는 밀리고 러시아는 진격하고 있다"는 서사를 만들어 우크라이나에 정치적 압력을 가하고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공격은 지난 일 년 중 러시아군이 이룬 가장 큰 성과"라며 "병력과 탄약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에게 위험한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