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형 아닌 투자일임형 성장 가능성 제기돼
[뉴스핌=이에라 기자] 금융당국이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에 공모주를 우선 배정하겠다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관련업계 반응은 미지근하다.
신용등급 BBB+이하 회사채에 대한 물량 부족으로 운용업계가 상품 출시를 꺼리는 데다, 동양 사태 등으로 위축된 투자심리도 크게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융투자협회는 업계 상품개발 담당자와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 설명회를 개최했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 출시 계획이 발표된 뒤 처음 열리는 이번 설명회에는 40~60대 개인 투자자들부터 증권사, 자산운용사 상품·마케팅 담당자들까지 200여명의 인원이 참석했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란 국내 자산에만 투자하되 총 자산의 60% 이상을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총 자산의 30% 이상은 신용등급 BBB+이하인 채권 혹은 코넥스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
펀드 투자소득에 대해 원천세율(15.4%)를 적용해 분리과세한다. 올해 12월 31일까지 펀드에 가입해야 분리과세 혜택을 볼 수 있고, 가입기간은 1년 이상에서 3년 이하로 제한된다. 1년 이내 혹은 3년이 넘으면 세제 혜택을 볼 수 없다.
정태호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 사무관은 "올해 말까지만 설정되는 펀드에 대해서만 세제 혜택이 적용된다"며 "다만 시장 상황에 따라 분리과세 적용을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에는 당국이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에 기업공개(IPO) 공모주를 우선 배분하는 혜택은 주기로 결정했다. 연간 공개되는 기업공개(IPO) 및 유상증자 물량의 10%를 배정, 우선 배정주의 총 편입 한도는 펀드자산의 20% 이내로 제한한다.
단순히 세제 혜택만으로는 하이일드 펀드 활성화가 힘들 것이란 지적 아래 수익률을 끌어올릴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이 등장한 것. 그러나 여전히 업계는 조용한 반응이다.
한 증권사 상품 담당자는 "공모주 메리트가 크게 부각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했던 것처럼 문의가 늘거나 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하이일드 펀드가 투자할 BBB+ 이하 채권 물량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웅진·동양 사태 등으로 비우량채권에 대한 투자수요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즉, 이 같은 부담을 끌어안고 상품을 출시할 정도로 시장이 활성화될지 여부가 미지수라는 것.
또 다른 증권사 상품 담당 관계자는 "공모주 혜택이 발표되자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에 관심을 갖고 문의하는 투자자들이 생긴건 맞다"면서도 "하이일드 채권에 대한 물량 부족과 유동성 문제 등이 더 부각되기 때문에 관심은 있어도 쉽게 접근을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물량 자체가 없어서 운용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펀드 출시 자체를 꺼리고 있다"며 "동양 사태 등에 따른 영향으로 하이일드에 대한 신뢰를 많이 잃은 것도 큰 문제"라고 언급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모형 펀드가 아닌 투자일임 형태로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가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채권에 투자할 경우 자본이익에 대해서 펀드는 과세하지만, 투자일임은 비과세가 적용된다.
지난달 말 한국채권투자자문이 투자일임 형태로 선보인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출시 1주일 만에 20억원이 유입됐다. 정부가 하이일드펀드에 분리과세 혜택을 도입한다고 발표한 뒤 도입된 첫 상품이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문 대표는 "공모주의 경우 10% 우선배정을 활용해 펀드 수익률을 제고할 것"이며 "BBB+이하 회사채는 만기보유 위주로 투자해 유동성 위험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