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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속살] 동북아 삼국지...'한중일FTA' 꼬이는 속내

기사입력 : 2014년03월14일 11:05

최종수정 : 2014년06월18일 19:22

모두 비적극적인데 이상하게 협상은 진행돼

[뉴스핌=홍승훈 기자] "하기도 뭣하고 그렇다고 빠질 수도 없다. 하면 손해인데 버리면 더 큰 손실이다."

벌써 몇년째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한국 일본 중국간 자유무역협정(FTA) 얘기다.

지난 11일 한국·캐나다 FTA 협상이 9년만에 타결됨으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14위 경제대국 중 9개국과 FTA를 체결하게 됐다. 아직 체결 못한 나라는 중국, 일본, 브라질, 러시아, 멕시코 5개국이다. 이 가운데 중국과 일본은 세계 2~3위이고, 지리적으로도 바로 옆에 있으며 무역규모를 감안해도 진작에 했어야 했다.

한중일FTA에 대한 3국의 공동연구 결과 한중일FTA가 체결될 경우 한국은 무역규모가 10% 가량 늘고 성장률도 5.1%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은 무역 12%에 성장률 1.5% 증가, 일본은 무역 5.2%에 성장률 1.2% 증가가 각각 예상됐다. 2012년 총생산을 기준으로 한중일FTA가 체결되면 NAFTA, EU에 이어 15조달러를 웃도는 세계 3위 거대시장이 형성된다.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 아세안(ASEAN), 지중해연합, 남미국가연합 등 인접지역이나 대륙내 경제블록화 현상이 가속화되는 글로벌 트렌드 속에서 한중일 세 나라의 경제블록화만 유독 요원하다. 통상 관계자들의 표현을 빌리면 세 나라 모두 비적극적인데 이상하게 협상이 진행되는 '희안한 FTA'가 한중일FTA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이 지난 4일 서울서 열린 한중일FTA 개막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한중일 3국은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서울에서 제4차 FTA협상을 벌였다. 양허방식, 협상 진행 프로세스 등 모델리티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역시나 없었다. 과거 몇차례 협상처럼 논의만 하다 마무리됐다. 참석했던 정부측 통상실무자들에 따르면 향후 협상 진전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성장을 위해 한중일 정부가 애쓰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당장이라도 FTA가 체결돼야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꼬이는 것일까.   

과거 이를 추진했던 외교부와 현재 통상정책을 주도하는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의 상황판단을 들어보니 이유가 있었다. 세 나라 입장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FTA에 적극적이다. 중국의 거대 내수시장이 워낙 먹음직스럽기 때문이다. 협상도 1단계를 넘어 2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로선 일본까지 포함되는 한중일FTA로 물타기 할 필요가 없다. 자칫 중국시장을 일본과 나눠먹는 모양새로 갈 가능성이 높아서다.

반면 일본과의 FTA는 우리로선 부담이다. 한일 양국간 FTA를 8년간 지체하며 버티는 것도 한중일FTA를 통해 일본에 시장을 내줄 경우 우리 제조업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과는 제로 수준의 관세를 유지하고 있어 FTA가 된다해도 추가적으로 먹을 것도 별로 없다. 지난해 말 관심표명을 선언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통해서도 일본과의 시장개방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지만 한일 FTA는 어찌됐든 미룰수록 좋은 일이다.

결국 이같은 상반된 입장 때문에 지금 한중일FTA에 우리가 적극적일 필요가 없다.

세 나라 가운데 한중일FTA에 대해 그나마 적극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곳은 일본이다. 한중FTA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자칫 드넓은 중국시장을 한국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한일, 중일 관계가 정치 사회적인 측면에서 갈등이 크지만 일본이 적극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한중일FTA를 지렛대로 이용하는 측면이 있다. 우선 일본이 최근 TPP에 적극 나서는 상황에서 일본을 아시아권에 묶어둘 명분이 필요하다. 한중일FTA를 포기할 경우 자칫 일본이 가세한 미국 중심의 TPP 영향력이 커지는 것도 부담이다.

중국으로선 우리와 추진중인 한중FTA를 유리하게 끌고가는 방편의 하나로 한중일FTA를 활용하는 의도도 엿보인다. 예컨대 한중FTA에서 난항을 겪는 농수산물 시장개방 이슈는 중국과 일본이 한중일FTA를 통해 한국을 밀어부치면 한국의 입지가 좁아들 수밖에 없다. 3국 중 중국과 일본은 합의했는데 왜 한국만 반대를 하느냐 등 힘의 논리로 밀어부치는 식이다.

그렇다고 우리 역시 한중일FTA를 버릴 수는 없다. 우리가 빠지고 중국과 일본 양국이 FTA를 진행하는 것이 우리로선 두렵다.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16개국이 참가하는 RCEP(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이 2015년 말경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것도 이유다. 한중일 3국 모두 RCEP 참가국이기 때문에 어차피 발을 뺄 수 없는 구조다.

물론 우리로서도 한중FTA에서 진도가 안 나가는 서비스투자 시장개방, 중국의 규범 개방 등에 대해 한중일FTA 협상을 협상카드로 활용할 여지는 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우리가 죽기 살기로 달려들만한 상황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꺼림직하면서도 우리가 한중일FTA를 놓지 않는 것이 자칫 중일 양국의 데이트를 용인하면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차라리 세 나라가 더블데이트를 하는 게 리스크를 최대한 낮추는 방법"이라는 정부 통상관계자의 말이 공감되는 부분이다.

현재로서 최선의 선택은 한중FTA를 먼저 체결하는 것이란 게 정부측 생각이다. 그럴 경우 한중일FTA에도 여유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한중FTA 역시 교착상태로 빠져들고 있어 쉽지 않다. 중국의 한국 농수산물 시장개방에 대한 요구가 최근 예상보다 거세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정부측 통상 고위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농산물시장을 99% 개방해도 고추 양파 등 농업분야 파장이 적다. 기껏해야 쇠고기 오렌지 정도가 영향력이 크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우리와 식습관, 재배작물에 차이가 별로 없다. 우리가 재배하는 건 다 키운다. 민감하지 않은 품목이 없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개방요구가 워낙 거세 협상이 점점 교착상태로 빠져들고 있다"고 전해왔다.

오는 17일부터 닷새간 열리는 제10차 한중FTA 협상. 양국간 양허품목을 둔 치열한 샅바싸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한중일FTA와 한중FTA간의 역학구도를 얼마나 어떻게 활용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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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中 특별교역국 박탈 가능성" [서울=뉴스핌] 박공식 기자 =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자존심을 건 관세전쟁이 계속 고조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부여한 특별교역국(PNTR:Permanent Normal Trade Relations, 영구정상교역관계) 지위까지 박탈해 중국에 대한 관세를 평균 61%까지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무역전문가들을 인용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1월20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에게 중국의 특별교역국 지위와 관련한 입법적 조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PNTR은 이전 '최혜국대우(most-favored-nation treatment)'로 불려진 것으로, 관세와 항해 등 양국간 관계에서 제3국에 부여한 조건보다 절대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하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가 교역의 일반원칙으로 지지하고 있다. 미국은 2000년 중국의 WTO 가입 전 중국에 PNTR 지위를 부여했다. 이후 중국의 대미수출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PNTR 지위 재검토 지시 이후 존 물레나 공화당 의원과 톰 스워지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23일 하원에 공정무역복원법안(Restoring Trade Fairness Act)을 공동발의했다. 물레나 의원은 하원 중국관련특별위원회의 공화당 의장을 맡고 있다. 상원에도 동시 발의된 법안은 중국과 정상교역 관계를 중단하고 관세를 5년간 35~100% 수준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슷한 법안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의회에서 발의됐지만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해 폐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무역 전문가들은 민주 공화 양당 지지가 점점 확산돼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짐 루이스 부소장은 중국이 글로벌 무역규칙을 따르지 않아 PNTR 지위가 박탈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트럼프는 중국과 어떤 거래를 할수 있을지 지켜보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기업 컨설턴트와 법률가는 거래 기업들이 중국의 PNTR 지위 상실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급망을 중국 바깥(제3국)으로 이전하거나 외국인 직원을 귀국시키고 중국내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있다고 했다. 추가 관세 부담을 전가하기 위해 납품 계약 조건을 재협상하는 기업도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경제연구소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무역단체인 미중무역위원회(USCBC:U.S.-China Business Council)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PNTR 지위를 상실하면 연료를 제외한 모든 중국산 제품은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했더라도 관세가 현재 19%에서 평균 61%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USCBC는 "중국에 대한 PNTR 지위 박탈은 중국의 무역 관행을 바꾸는 수단으로 적절하지 않으며 미국이 가진 다른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현지시간 2월4일 0시1분을 기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10%가 발효되자 중국도 즉각 보복 관세 조치로 맞섰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최대 6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한편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선임연구원 데렉 시저스는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없이는 PNTR 취소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미국과 정상적 교역국 지위를 가지지 못한 나라는 쿠바와 북한, 벨라루스, 러시아 등 4개국 뿐이다.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항구에 접근하는 콘테이너 화물선 [사진=로이터] kongsikpark@newspim.com 2025-02-0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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