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행정관 비위 유감"...해수부, 반부패 대책 시행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공직사회에 규제개혁에 이어 반부패 바람이 불 조짐이다.
최근 청와대 파견근무 중에 금품과 향응 등을 제공받은 행정관들이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은 채 소속기관으로 복귀하고 오히려 좋은 보직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자 반부패가 화두가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금 우리는 과거부터 이어져 온 고질적인 병폐와 부조리를 끊고 기본이 바로선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전 분야에 걸쳐 비정상의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사회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지도층과 고위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 비서실에 근무했던 일부 행정관들의 잘못된 행동과 사후 조치 과정에서 대통령 비서실부터 솔선수범하지 못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앞으로 공직기강을 바로잡고 내부의 자체 개혁을 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주요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제공) |
앞서 지난 4일 청와대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에 따라 원대복귀한 행정관들에 대해 해당부처가 절차와 사안에 따라 징계 조치를 취하도록 관련사실을 해당 기관에 통보했다.
민경욱 대변인에 따르면 김 비서실장은 "앞으로 청와대 소속 직원의 비위에 대해 사안의 대소경중을 불문하고 엄단해 기강을 확립할 것"이라며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남을 대할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하고, 자신을 대할때는 가을 서릿발처럼 엄하게 하라는 뜻)의 마음으로 청와대 기강을 먼저 바로 세워 각 부처의 기강을 세우겠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청와대발 '반부패'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4선 국회의원 출신인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먼저 행동을 취했다.
이주영 장관은 이날 해수부 직원들에게 청렴 서한문을 통해 "국민에게 행복을 주는 정책도 반드시 공직자의 청렴한 자세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부패와 비정상적인 관행에 물든 공직자의 자세로는 국민을 감동시킬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대통령도 공직자들의 청렴을 부탁했다"며 "비정상화의 정상화, 규제개혁을 통해 국민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국민들이 요구하는 청렴이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수부는 이런 장관의 의지를 담아 올해 반부패·청렴종합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종합대책은 '클린오션(Clean Ocean)을 통한 희망의 새 바다 구현'이라는 비전 아래 '부패 제로화, 청렴도·부패방지시책 최우수 달성'을 목표로 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 부패취약 분야 집중관리 ▲ 반부패 시스템 구축 및 피드백 강화 ▲ 인식 제고를 통한 반부패 문화 확산 ▲ 친 청렴환경 조성 등 4개 추진전략에 16개 세부실천 과제를 시행키로 했다.
조만간 해수부 외에 국무조정실, 안정행정부 등 범정부 차원의 반부패 대책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2013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를 보면 한국은 100점 만점에 55점을 받아 177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46위를 차지했다. 지난 2009년 39위, 2011년 43위, 2012년 45위 등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부패민감도가 떨어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공무원의 부패 수준이 국제 기준에서 볼 때 매우 높고 그 상태가 매년 악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반부패 정책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은 아직 국회 통과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비준한 UN 반부패협약에 따른 독립성을 갖춘 부패방지기구 설립도 아직까지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